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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H정전/연구

문제 정의에 대한 짧은 생각 - 무엇을 연구해야 할까

by 승공돌이 2021. 7. 9.

저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Feynman Richard)은 문제를 푸는 3가지 단계를 정의하였다.

 

1. Write down the problem.
2. Think real hard.
3. Write down the solution

 

아조씨 너무 어려워요

 

문제를 쓰고, 생각하고, 답을 쓰세요. 당연한 말씀을 굳이 왜 정리했을까 싶었다.

그러나 대학원 4년차에 접어들자 각각의 단계가 얼마나 무겁게 다가오는지 느껴 지기 시작했다.

 

연구를 시작함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문제를 쓰는 것이다. 좀 더 있어 보이게 표현하면 문제를 정의한다고 한다. 문제를 정의하는 것, 그것은 학부 시절에는 너무나 쉬운 것이었다. 아니, 이미 문제가 주어진 상태에서 우리는 풀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대학원에서 연구를 하면서 처음 배우기 시작한 문제 정의는 나에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정확히는 좋은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구체적으로, 문제 정의는 적어도 아래의 요소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1) 문제의 Scope 는 무엇인가?

(2) 문제를 풀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3) 문제를 풀면 어떤 형태의 Solution 이 나올 것인가?

 

적어도 이 세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내가 이 문제가 정의되고, 특히 (2) 정도는 완벽하게 정리되어야 funding 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체계적인 정의를 거치지 않더라도 갑자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이 문제 정말 풀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리고 구글 스칼라를 켜서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누가 먼저 이 문제를 풀지 않은 것 같다는 판단에 즉흥적으로 2번 단계, think real hard 로 가버리는 경우가 있다. 

 

나의 경험 상, 이렇게 시작하는 연구는 잘 진행되지 않는다. 많은 시간을 써서 문제가 풀릴 수도 있고 안 풀릴 수도 있지만, 연구의 결과물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몇 가지 내가 겪은 사례로 적어보자면

 

문제를 풀었는데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경우:

사례 1. 누군가 이미 풀었는데 내가 think real hard 했고 결국 똑같은 solution 이었다.

사례 2. 문제를 풀어야 할 필요성이 떨어지는 문제였다. (그래서 선배 연구자들이 사람들이 풀지 않은 것 이었다..)

 

문제를 풀지 못했는데 그 과정까지도 소득이 없다고 느낀 경우:

사례 1. 지금까지 사람들이 풀지 못한 이유를 수 없이 논문으로 정리해 둔 문제였다. 심지어 풀 수 없다고 (기보다는 NP-hard 여서 결코 풀기 어려울 것이라고 증명해버린) 증명된 문제도 있었다.

사례 2. 애매하게 문제를 정의해서 희미한 목표를 좇다가 시간을 낭비하였다.

 

그 이후로, 그리고 우리 지도교수님의 쓰디쓴 조언을 들으며 문제 정의에 조금 더 힘을 쏟고 있다.

위 네 가지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고 있다고 표현하면 좋을 것이다.

 

반면교사 1. 문제 정의를 통해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였는가?

반면교사 2. 누군가 이 문제를 풀었는지 literature review 를 완벽하게 수행했는가?

반면교사 3. 지금까지 풀지 못한 문제라면 왜 풀지 못했는가?

- 풀기 어려워서 => 증명 불가능한가? 아니면 내가 노력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 풀 필요가 없어서 => 현 시점에는 문제를 풀 필요성이 생겼는가? (review 한 논문들을 바탕으로)

- 사람들이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문제라서 => 반면교사 2 를 다시 체크.

 

누군가 연구를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리고 훌륭한 연구자들이 왜 문제 정의에 많은 시간을 쏟는지 다시 깨닫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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