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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H정전/마음 끄적

제주도에서 느낀 섬만의 멋

by 승공돌이 2021. 6. 7.

이번 학회는 제주도에서 열렸다. 제주도였기 때문에 놀고 싶다는 생각이 잔뜩 들었지만, 일단 학회 기간에는 꾹 참고 주말에 잠시 시간을 내어 제주도를 돌아다녔다. 정말 어렸을 때 가족들과 제주도를 간 것 말고는 첫 제주도 여행이었기 때문에 제주도에서 논다면 무엇을 할지 아무런 생각이 없는 상태로 제주도의 땅을 밟았다. 만약 다음에 제주도에 여행 가게 된다면 기억하고 싶은 몇 가지를 적어놓고 다음에 활용하고자 한다.

 

제주도에는 제주도 만의 무언가가 있다

사실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통하는 말이다. 포항을 가면 포항만의 무언가가 있고, 광양을 가면 광양만의 무언가가 있다. 그런데 유독 제주도에서는 그 무언가를 더 크게 느꼈다. 아주 짧은 기간을 제주도에 있었고, 그중 사흘은 관광지로 유명한 중문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정확하진 않지만, 그래도 제주도라는 지역과 제주도민의 모습에서 반도 사람들의 그 무언가와 다름을 느꼈다. 정확한 요체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나는 그것을 섬 만의 특징으로 생각하고 있다.

1. 제주특별자치도는 특별시와 광역시보다 훨씬 독립적이다

코로나 시국에 제주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깔아야 하는 어플이 있다. 바로 제주안심코드인데, 아래와 같이 매장이나 택시에 배치된 고유의 QR 코드를 인식하면 방문 기록이 서버로 넘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QR 체크인과는 달리 나의 스마트폰이 매장의 QR코드를 인식하는 것이고, 그 인식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일반적인 QR 체크인이 한 번에 한 사람씩, 약 3초 정도 걸린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시스템은 한 번에 제한 인원 없이 0.5초 만에 인식이 가능하다.

 

갑자기 제주안심코드를 말하는 이유는 반도에서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을 제주도에서는 (1) 매우 범용적으로 (2) 적절하게 구현되어 있다는 점을 이 어플이 매우 잘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만 쓸 수 있는 EV Pass라던가, 고유한 렌터카 체계, 시장의 체계도 반도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과 타국과의 차이는 아니지만 분명 다른 국내 지역과는 차이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독립적인 체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하고 그것을 잘 활용해서 100% 즐기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여행의 흥미가 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적절하게를 따로 강조한 만큼, 잘 활용한다면 정말 편리하게 이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대신 잘 활용하는 게 관건이다. (UT, 카카오T 가 안 잡힌다고 화를 내면 안된다...)

 

2. 식문화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는 택시에서 기사님께서 제주도에서는 세 가지 장난치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흑돼지, 말고기, 그리고 해산물이라고 하셨다. 왜냐하면 제주도민들에게 그것들은 너무나 익숙하고 조금이라도 장난치면 바로 들통이 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장난을 치지 않는다란, 신선하지 않은 재료로 신선 한 척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나서 생긴 편향된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내가 먹은 제주도의 맛있는 음식들 중 아주 많은 부분이 아직은 반도에서 유행을 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북의 과메기, 전라도에서 푹 삭힌 홍어, 강원도의 옹심이는 분명 그 지역의 특산물이지만 전국에서 한 번씩 유행을 타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제주도의 보말 칼국수나 자리 물회와 같은 음식은 정말 맛있는 음식인데 반도에서 그리 알려지진 않은 것 같다. 아마도 신선한 재료는 반도에서 구하기 힘들고, 어설픈 식재료로 반도로 보내느니 아예 최상의 재료로만 조리할 수 있는 제주도 안에서만 먹는 문화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제주은희네해장국은 어디서 먹어도 꿀맛이다)

 

[포항|죽도동] 제주식 해장국 - 제주은희네해장국

오늘따라 비가 추적추적 오는게 점심에 뜨끈한 국밥을 먹고 싶었다. 허벅지에 난 종기를 제거한다고 멀리 죽도동까지 병원을 다니면서 발견한 제주은희네 해장국이 떠올랐다. 바로 잉동쎈빠이

success-now.tistory.com

 

이번 여행에서 먹은 몇 가지 꿀맛 음식, 그러나 반도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음식을 나열하자면

- 보말 칼국수

보말 (고동)이 들어간 칼국수다. 정형화된 틀이 있는 음식이 아니라 보말이 들어간 칼국수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 국물이 정말 맛있는데, 묵직한 국물이 끈적하게 들어오는 게 정말 맛있다. 사실 보말이라는 재료를 처음 겪어보기 때문에 이 재료에서 오는 특징인지는 모르겠고, 이 재료가 들어가면 이렇게 조리하는 게 국룰인 것 같다. 매일 아침 먹고 싶은 맛이다.

명가손만두와보말칼국수(좌) 중문수두리보말 칼국수(우)

- 고등어회

말이 필요 없다. 싱싱한 고등어를 회쳐서 먹는 맛은, 다른 하얀 생선과는 다른 맛을 보여준다. 하지만 금방 부패하는 고등어의 특징을 생각하면 어디에서나 먹기는 정말 힘든 회다. 초절임이 아닌 정말 회를 먹는 맛은 꿀맛이다

 

동문 시장 아무 데서나 이렇게 포장된 회를 살 수 있다. 여행 간 주에는 고등어가 잘 잡히지 않아서 쪼그마한 한 마리에 2.5만 원을 받았다. 그렇지만 정말 맛있다.

- 흑돼지

제주도민들은 유독 돼지 근고기를 사랑하는 것 같다. 부속을 파는 곳을 거의 못 보았다.

건강을 위해 부속을 멀리하고 있는 나에게는 맛있는 근고기는 축복과도 같았다. 이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흑돼지 만의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오겹살은 너무 기름지다!! 목살 부분이 더 맛있다.

 

사진은 돈사돈에서 시킨 800g 근고기

이 외, 고기 국수도 인상적이었다. 포항에서도 가끔 먹고 싶다. 다음에 가면 갈치 회, 갈치조림, 은희네해장국 본점 등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고 싶다.

3. 자연과의 공존이 이루어진 느낌이다

행정가나 정치인이 외치는 왜곡된 공존이 아니라 정말로 자연이 잘 보존된 느낌이 들었다. 규제에 의한 것인지 산업 조건 때문인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자연이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물론 제주도민의 대부분이 거주하는 제주시는 당연히 도심의 느낌이 강하게 들고, 그곳에서 벗어난 곳 이야기긴 하다. 하지만 관광을 목적으로 개발된 곳이라고 하더라도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자연이라는 곳에서 사람들이 잠시 자연을 빌린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아래는 학회장에서 3분밖에 안되는 거리에 보존된 중문 주상절리를 구경 가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주상절리를 못 찍은 이유는 학회 발표가 1시간 밖에 안 남았을 때 저곳을 알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멀리 사람들이 많이 없는 곳으로 (해봤자 차로 30분이다) 가면 자연이 정말 그대로 있다. 그런데 방치된 느낌은 아니고 즐기고 싶게 되어있다. 너무나 아름답게. 사진은 섭지코지

 

 

끝마치며

자랑하고 싶은 사진이 너무 많은데, 너무 사진이 많아서 자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이쯤 글을 마치려고 한다.

사흘은 제주도를 느끼기에는 너무 짧은 것 같았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제주도, 그중에서 제주시를 거점으로 삼아 그들의 식문화를 더 제대로 느껴보고, 가끔 서귀포시로 놀러 가서 자연을 천천히 느끼는 여행을 가고 싶다.

글에서 반도니 섬이니 이렇게 굳이 나누긴 했지만 제주도민들께서는 불쾌하실 수 있을 것 같아 말미에 변명을 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공통된 문화권 안에서 약간의 variation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어서 반도라는 표현을 쓴 것이고, 나에게 이 variation은 너무나 흥겹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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