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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H정전/마음 끄적

그린 워시와 "친환경"의 의미의 객관화에 대하여

by 승공돌이 2021. 10. 10.

"에코백", "텀블러" , "다회용 컵" 등 1회 이상 사용한 제품들은 환경을 파괴한다고 알려진 일회용품과 대비되는 제품들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제품들은 친환경 마케팅으로 빈번하게 활용되며, 때때로는 친환경 제품과 함께 한다는 이유로 많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최근 진행한 스타벅스의 리유저블 컵 행사가 있다. 해당 행사는 특정 기간에 스타벅스에 방문하여 커피를 주문하면 일회용 컵이 아닌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주다는 이벤트였고 이로 인해 행사일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이러한 이벤트를 위해 엄청나게 많은 다회용 컵이 준비되기도 했지만, 스타벅스 코리아도 이에 대한 홍보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지구를 지킨다"라는 그들의 캐치프레이즈는 환경에 민감한 많은 소비자들을 스타벅스로 발걸음이 향하게 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그들이 기획한 이 이벤트가 실제로 친환경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회용 컵이 아무리 환경을 파괴한다고 하더라도 이 리유저블 컵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플라스틱이 필요하고, 이 플라스틱이 분해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이벤트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이 일회용 컵과 비교하여 지구 환경을 덜 파괴하기 위해서는 해당 가정 사항이 만족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이 리유저블 컵을 복수 번 활용하며, 그 횟수가 일회용 컵 보다 (1) 컵 제조에 발생하는 환경 파괴, (2) 컵의 폐기/분해에 발생하는 환경 파괴가 적다.

그러나 이 리유저블 컵을 실제로 재활용하는 사람의 수가 얼마나 될까? 아니, 수가 아니라 비율로 따졌을 때 몇 퍼센트나 될까? 내 생각에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본다. 왜냐하면 리유저블 컵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카페에 다회용 컵을 들고 가서 활용하는 것이 일상이 된 사람이거나 될 사람이어야 하며, 그런 사람들은 이미 자신만의 컵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재활용하더라도 이 컵의 권장 사용 횟수는 20회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컵이 친환경성에 대한 상한선은 매우 명백하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이러한 친환경 마케팅이 기대하는 만큼 친환경적인 사후 행동 (즉, 이 리유저블 컵을 다시 활용하는 행위)을 취하지 않을뿐더러, 실제로 취하더라도 19번만 더 쓰면 못쓰게 되는 컵이라는 점에서 이 마케팅은 친환경적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실제와 의도가 모두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뜻)

​그러한 의미에서 이 이벤트는 일종의 그린 워싱 (Green Washing;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해당 브랜드가 친환경적인 것 마냥 마케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것은 여러 곳에서 발생하다. 최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곳은 전기차에 대한 것이다. 정부는 전기차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에 대해서 엄청난 보조금을 주고 있으며, 이러한 보조금을 주는 이유는 "전기차가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얼른 전기차 보급률을 높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정책이 친환경적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고 있다. 예컨대, 디젤 차량을 신차로 사서 1년간 운행한 사람이 보조금을 받아서 전기차를 구매한다면 그것은 친환경적인 구매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친환경적인 선택이 되기 위해서는 "디젤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면서 생기는 연간 환경 파괴 감소 크기 * 전기차 운행 연수"가 "새로운 전기차를 생산하고 디젤 차를 폐기/분해하면서 생기는 환경 파괴"보다 작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 결정에서 이러한 부분은 크게 고려되지 않는다. 그저 지역별 할당을 할 뿐이고 전기차가 좋으니까 전기차로 어서 갈아 타자는 정책 방향성 뿐이다.

​나는 정책이든 마케팅이든 "친환경"이라던가 "지구를 위한"과 같은 표현을 쓰려면 그에 대한 적합한 근거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번 인스타그램에 자랑하고 버릴 리유저블 컵을 나눠준다고 "친환경" 마케팅이 아니고, 관공서에서 잘 타고 다니는 경유 마티즈를 G80 전기차로 바꾼다고 "친환경" 정책이 아니다. 그냥 피상적으로 그렇게 보일 뿐인 마케팅과 정책인 것이다. 실제로 지구를 아끼고 환경친화적인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마케팅이나 정책을 통해서 그것에 반응하는 소비자/시민들이 친환경적으로 행동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뒤 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법률적으로 이를 제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기업이든 정부든 자율적으로 "친환경"이 가지는 무게감에 대해 되돌아 보고 기획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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