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실은 매주 금요일 랩 세미나를 연다. 랩 세미나에서는 각자 고른 논문을 소개하기도 하고, 개인 연구 진행상황을 논의하거나 프로젝트 상황을 공유하기도 한다. 오늘은 후배가 Quality 4.0 - the challengeing future of quality engineering이라는 논문을 소개하였다. 저자는 최근에 읽은 information quality에 관한 글을 쓰신 Kenett 교수님과 Zonnenshain 교수님이셨다.
품질공학의 미래에 대한 논문이기에 기대를 많이 하고 후배의 발표를 듣는데 서론에서부터 인상 깊은 도표를 보여주었다 (Figure 1). 2004년 이후 품질공학에 대한 관심은 매우 떨어지고 있지만, 반면 데이터 애널리틱스에 대한 관심은 품질공학의 몇 갑절은 증가하였다는 내용이다. 많은 생각이 교차하였다. 지금 내가 공부 중인 전공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인지 걱정되기도 하고, 트렌디한 연구가 아닌지에 대해 고민이 많이 되었다. 초반부터 겁을 많이 주어서 결론에서 의미 있는 해법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저자의 결론은 데이터 분석과의 결합을 통해 품질공학의 새로운 미래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서 품질공학을 제일 잘하시는 지도교수님께서는 논문에 대한 평을 이렇게 하셨다.
(1) 품질공학과 데이터 애널리틱스는 비교하기에는 너무 다른 분야이다. 품질공학은 목적을 바탕으로 정의된 학문이고 데이터 애널리틱스는 목적과 무관하게 무언가를 해내기 위한 무기와도 같기 때문이다.
(2) (통계 기반의) 전통적인 품질공학이 많이 주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런 의미에서 품질공학에 대한 관심은 떨어진 게 사실이다. 데이터 기반의 연구로 전환은 시대의 흐름이며 우리 연구실도 그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2') [예전에 하신 말씀]: Digital transformation 가 목표가 되면 제대로 된 digital transformation을 할 수 없다, 품질공학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정확한 목적이 설정된 digital transformation이 성공을 이끌 수 있다.
안심이 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나는 데이터 애널리틱스라는 무기를 가지고 품질공학을 이끌어 갈 파워를 가지고 있는가? 한편, 나는 품질공학의 철학을 충분히 가슴속에 새기고 있는가? 누구 앞에서 당당하게 얘기할 수 없었다. 막연하게 지금 수행 중인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 연구를 잘 해내면 자연스럽게 데이터 분석 기술과 품질공학의 철학이 마음에 새겨질 것만 같았던 3년이었다. 나름대로 계획을 가지고 열심히 살았지만, 너무 좁은 식견으로 쌓아야 할 지식만 정리하면서 계획하였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골조가 되는 품질공학의 철학을 가슴에 새기고, 그것을 데이터 애널리틱스 관점에서 문제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있는 공학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Reference
Zonnenshain, A., & Kenett, R. S. (2020). Quality 4.0—the challenging future of quality engineering. Quality Engineering, 32(4), 61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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