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욕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부어라 마신 참이슬의 숙취가 이슬만큼 남아있던 휴일 오후, 포항에서 오랫동안 함께 했던 친구 윾의 부름이 왔다.
"이따 술 없이 해장 2차의 개념으로 저녁을 때리실 분은 있나용"
숙취로 연휴를 마무리 지을 수 없다는 생각에 어디든 가자고 나왔고, 윾은 삼각별이 빛나는 차를 끌고 우리 집 앞까지 픽업 왔다.
본래는 이동에 있는 어탕 집을 가서 시급히 해장을 마치려 했으나, 나는 차도 있으니 조금 더 멀리 나가보자는 제안을 하였다. 멀리 간다고 해봤자 포항이지만 왠지 오늘은 남구에서 벗어나 보고 싶다는 나의 바람이 잔뜩 들어간 제안이었다. 시간도 많고, 시간 없어도 내 시간을 빌려주겠다는 말에 윾은 선뜻 영일대로 차를 끌었고 우리는 그렇게 영일대 포닭집에 당도하였다.
둘 다 대학원 생활을 겪어봤기에 간판을 보자마자 한 말은 포닥 (Post-doctorate) 아닌데 감히 들어갈 수 있냐는 헛소리였다. 내부는 밖에서 보이는 것처럼 상당히 좁은데 어차피 코시국이기 때문에 열 명 이상이 함께 방문할 일은 없으니까 4인 그룹에서 방문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메뉴는 다음과 같다. 닭은 인간에게 참 행복을 주는 동물인 게 1인분에 9000원밖에 안 하는 혜자 음식이라는 것이다.
포닭라면을 시키고 싶었지만, 그래도 숯불 닭구이 집에 가서 라면부터 먹기에는 조금 앞뒤가 안 맞는다.
따라서 우리의 주문은... 우선 포닭구이 하나와 마약포닭구이 하나.
차림상은 이렇게 나온다.
역시 닭에는 치킨무가 빠질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고추 피클과 각종 양념류, 그리고 포닭보약탕이 맛보기로 나온다.
이 녀석이 보약탕인데, 맛은 살짝 삼계탕과 닭 한 마리 국물 사이의 그 어딘가의 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오래 푹 끓여서 그런지 안에는 완전히 연해진 닭고기가 몇 점 들어있다.
해장하러 갔다가 이거 한 스푼 먹고 진로 시킬 뻔했는데, 우선은 콜라를 시켰다.
양념장은 이렇게 세 종류가 나오고, 나는 개인적으로 가운데에 있는 마늘장이 제일 입맛에 맞았다.
양념이 발라져 있는 마약포닭구이를 시키기도 했고, 또 마요네즈를 함께 먹기에는 닭구이 자체가 그리 맵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치즈를 잔뜩 올린 숯불이 들어온다.
굽는 것은 숯의 화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가스불이 함께 열을 가하는 방식이다.
아무래도 숯은 화력보다는 특유의 직화구이 향을 내기 위함인듯하다.
그렇게 시킨 포닭구이 (왼쪽)과 마약포닭구이 (오른쪽)이 나왔다.
주방에서 초벌을 하였기 때문에 약불에서 적당히 굽다가 먹으면 된다는 사장님의 조언을 듣고 얼른 불판으로 고고.
아무리 초벌구이 했어도 이렇게 빡세게 한번 익혀줘야 그 맛이 살아있는 것 같다.
굳이 조리법을 따지면.. 리버스 시어링 같은 느낌인데. 주방에서 내부까지 바싹 익혀주시기 때문에 우리는 외부에 살짝 태우는 듯이 익히는 것을 목표로 구워냈다.
구워낸 결과는 이렇다.
확실하게 태워버린 조각도 보이긴 하지만 만족스러운 비주얼이다.
그리고 이미 내부가 다 익혀서 나왔기 때문에 굽기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다만 그릴에 껍질이 달라붙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것 같다. 껍질과 순살을 함께 먹는 게 엄청 맛있는데, 아직은 숯불닭구이 굽기는 초보라서 어려웠다.
예상대로 준수한 맛이었다.
철판 닭갈비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그 특유의 직화구이 향도 느껴지고, 동시에 닭에서 잡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따로 향신료가 없어도 맛이 괜찮았다.
이렇게 맛있다면 다른 메뉴도 시켜버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가 시킨 건 바로 포닭목살!!
포닭목살은 따로 조리가 되지 않고 손질만 된 상태로 나온다. 생각보다 기름진 부위라는 걸 사진에서 느낄 수 있는데, 그렇기에 사장님은 목살은 센 불에서 바싹 익혀서 먹으라고 하셨다.
윾이 굽는다고 했는데 고추를 왜 저렇게 올린지는 모르겠다.
암튼 이렇게 익히다가
화끈하게 익히면서 그 모양을 찾아가고 있다.
한 점 맛있게 찍고 싶었는데 초점 망했다 ㅋㅋㅋ
나름 찍어보고 싶었는데, 대략 색깔만 저런 형태라는 것을 알아주시길..
목살은 따로 양념이 있진 않고 닭고기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부위였다. 포닭구이와 비교해서 조금 더 쫄깃한 식감이 느껴지는 편이고, 껍질이 없어서 오히려 기름기는 더 안 느껴진 부위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윾이 노래를 부르던 포닭라면까지 주문했다.
포닭라면은 닭 육수에 끓여 나온 라면인데, 라면을 먹으면 닭 육수 향이 조금 난다. 집에서 치킨 스톡을 잔뜩 넣은 라면과 유사한 맛이라고나 할까.
닭고기도 조금씩 들어 있어 먹는 재미도 있었다.
너무 맛있었고 가족끼리 함께 닭구이를 즐기기에도 좋고 (우리 나갈 때 중년 부부가 익숙한 듯이 들어오셨다), 친구들과 가서 즐기거나 애인과 가서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다 먹고 나서 #스틸사이드커피 가서 일을 좀 했더니 소화도 완벽히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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