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가, 무엇을 강연하였는가?
2022학년도 1학기 포스텍 문명시민강좌 [마음의 길을 붇다 II]의 2강으로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님이신 김경일 교수님께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김경일 교수님의 전공은 인지심리학으로, 평소 대중들에게 심리학을 바탕으로 사회적 현상을 재미나게 설명해주시는 것으로 이미 유명하신 분입니다. 김경일 교수님의 강연은 유튜브에 검색하면 수십 개가 나올 정도로 대중을 위한 심리학 강연을 많이 하시는 분이고, 저도 주제보다는 김경일 교수님의 “팬” 입장에서 강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목적으로서의 행복이 아닌 도구로서 행복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주제로 말씀을 나누셨습니다. 우리가 행복해지려고 산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살기 위해서 행복을 느낀다는 말씀을 시작으로,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행복을 더 자주 느끼면서 살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인지심리학자의 관점에서 설명해주셨습니다.
2. 무엇을 배웠는가
2.1 왜 행복을 잘 다뤄야 하는가?
의학 기술과 사회 인프라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 수명은 대폭 늘었습니다. 재수없으면 130살까지 살게 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과연 모든 사람이 이렇게 오래 살 수 있을까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평균 수명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사람들의 수명에 산술 평균을 취할 뿐입니다. 즉, 누군가는 평균보다 훨씬 못 미치는 수명에 삶을 마감하고, 누군가는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수명을 살게 됩니다. 수명은 성별, 식습관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지만, 김경일 교수님은 “행복한 사람이 내구성도 좋더라”라는 말과 함께 행복한 감정 자체가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셨습니다.
행복한 사람이 내구성이 좋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은 다양한 사례로 증명되었는데요. 예컨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맞은 운동선수들이 독한 운동을 견딜 수 있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인간의 행복한 감정을 야기하는 신경물질의 작용을 돕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행복함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신체적 내구성을 강화시켜 독한 훈련도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또한,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존한 15%의 사람들에 대해서 추적 연구를 해본 결과, 그들이 그런 독한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는 요인으로서는 나이, 건강과 같은 신체적 요인과 함께 수용소에 갇히기 전 그들이 살아왔던 삶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도 함께 도출되었다고 합니다.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혹독한 수용소 생활도 견뎌낼 수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겠네요.
이런 점에서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 자체가 생존 (혹은 장수)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2.2 어떻게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생존하기 위해서 행복해야 한다는 말에는 공감이 가지만, 문득 우리가 어떻게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행복을 느낄 만한 일은 일상에서 잘 나타나지 않으니까요. 성공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농구로 성공한 서장훈 前 농구 국가대표의 주장을 보면 성공하는 과정 자체는 그리 행복한 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고통의 연속인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행복한 일이 마냥 없지만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치킨에 에일 맥주를 마시는 것도 행복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도 행복일 수 있습니다. 이런 행복은 우리가 노력한다면 충분히 “자주” 경험할 수 있는 행복입니다. 그리고 김경일 교수님은 큰 행복이 한 번 일어나는 것보다는 작은 행복이 여러 번 일어나는 것이 훨씬 좋다고 합니다. 큰 행복이 오면 죽을 때까지 행복할 것 같지만, 사실 그 유지 기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기 마련입니다. 반면, 이런 자잘한 행복들이 빈번하게 우리에게 찾아온다면 행복을 느끼는 시간의 총량이 증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주 작은 행복들을 무한대로 많이 취한다면 우리의 삶이 행복해질까요? 그것은 또 사실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느 수준 이상 행복해야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다”라는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간단한 예시로, 세뱃돈 10만 원 한 번 받기와 10원 10000번 받기 중에 당연히 10만 원 한 번 받는 것이 더 행복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10원을 받는다고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행복의 최소 수준을 심리학자들은 속된 말로 Booking Happiness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숙박이나 항공편의 최소한의 예약금이 드는 것처럼 행복에도 최소한의 행복 이상이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이지요.
당연하게도, 사람마다 booking happiness는 다릅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세뱃돈 1000원만 받아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 나이 먹으면서 1000원은 그닥 행복하지 않다고 느껴졌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바로 이해가 가실 겁니다. 그리고 같은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기분에 따라서 booking happiness가 다르기 마련입니다. 5년간 준비한 시험에서 불합격한 사람에게는 황금 올리브 치킨 한 마리로는 도저히 행복을 느낄 수 없겠지만, 30분 준비한 쪽지 시험을 조금 못 본 사람한테는 황금 올리브 치킨이 완전한 위로가 될 수 있듯이 말이죠. 아마 5년 준비하신 분에게는 황금 올리브보다 훨씬 큰 행복이 일어나야 조금은 위로가 되실 겁니다. 그렇다고 매번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어마어마하게 비싼 뷔페에 가서 밥을 먹으면서 행복을 추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주머니 사정이나 인간 관계는 제한적인데, 조그만 불행이 올 때 마다 친구들을 왕창 불러서 조선호텔 아리아 뷔페에서 플렉스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겪은 시련을 위로해 줄 수 있는 booking happiness”를 잘 정리하고 시련이 닥칠 때마다 적합한 수준의 인위적인 행복을 충당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시련의 크기에 따른 booking happiness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경험으로부터 추정하는 방법뿐이라고 합니다. 즉, 이전에 5년짜리 시험 망했을 때는 조선호텔 아리아 정도에서 위안이 되었고, 30분짜리 망했을 때는 황금 올리브 정도면 되었으니, 1년 준비한 시험을 망한 지금은 아리아와 황금 올리브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내가 위안을 얻을 수 있겠구나.. 하는 귀납적 추론이 유일한 답이라고 합니다. 자꾸 먹는 걸로만 비유하는데, 교수님은 난중일기에서 이순신 장군님이 리더십으로 절망을 느끼면 파전에 동동주, 무능함에 안타까움을 느끼면 수다 떨기 등으로 시련을 행복으로 충당하셨다는 예시를 들어주셨습니다.
귀납적으로 추론하기 위해서는 결국 과거의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내가 겪은 시련의 크기와 그것을 충당할 수 있는 행복의 원천은 결국 내가 기록해야만 데이터로 남게 되죠. 그래서 김경일 교수님께서는 일기에다가 오늘의 시련과 행복을 적으면서 우리가 지혜롭게 시련의 감정을 벗어날 수 있게 데이터를 쌓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강연이 길어져서 다음 내용은 part 2에 담도록 하겠습니다.
Part 2에서는 인간관계에서 행복을 느끼는 방법에 대해서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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