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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el/책 되새김

왜 중독에 걸리고,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 [도파민네이션-애나 렘키]

by 승공돌이 2023. 6. 21.

제주도 출장 가는 길에 들고 갔던 도파민네이션, 3주나 지난 이제야 서평을 쓴다. 반성할 점은 책을 읽고 나서 유튜브라는 쾌락에서 여전히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내용을 정리하면서 다시 다짐을 해봐야지.

눈을 사로잡는 도파민네이션 표지, 표지 만큼이나 내용도 흥미롭다

책의 제목은 도파민네이션이지만 책의 핵심을 관통하는 내용은 중독 현상이다. 우선 책에서 정의한 중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독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 (도박, 게임)이 자신 그리고/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그것을 지속적, 강박적으로 소비, 활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 도파민네이션

다시 정리하자면 중독이라 함은 나에게 피해를 주고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그것을 끊지 못하고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책에서는 마약, 성행위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부가적으로 유튜브나 커뮤니티 등에 빠지는 디지털 중독도 다루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다루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 포스트는 두 가지를 중점으로 리뷰하고자 한다.

 

1. 우리는 왜 중독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가?

2. 어떻게 중독에서 빠져나오고, 중독에 걸리지 않게 유지할 수 있는가?

 

우리는 왜 중독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가?

우선 중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쾌락을 느끼게 되는 물리적 과정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쾌락을 느끼기 위해서는 도파민이 나와서 도파민 수용체에 붙어야 한다. 저자는 그림 1에서와 같이 투수가 던지는 공을 포수가 받는 것처럼 시냅스 전 뉴런에서 도파민을 던져서 시냅스 후 뉴런에 붙으면 쾌락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그림 1. 도파민 수용체의 개념적 모형

문제는 시냅스 후 뉴런이 꾸준하게 도파민을 잘 받는 포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도파민이 던져지게 되면 시냅스 후 뉴런은 도파민을 모두 다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은 버리게 된다. 이를 향상성 유지라고 하는데, 너무 많은 도파민에 파묻히지 않도록 일정 수준의 도파민은 버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문제는 이 향상성 유지 기능이 반응성이 빠른 것이 아니라서, 많이 분비되던 도파민이 줄게 되더라도 계속해서 시냅스 후 뉴런은 일정 수준의 도파민을 수용하지 않게 된다.

 

이 과정을 저자는 쾌락과 고통의 저울의 비유를 통해서 설명한다. 그림 2는 우리가 처음으로 쾌락을 즐기게 될 때, 이를테면 마약을 처음 하거나 자위행위를 처음 하는 경우, 우리는 온전하게 쾌락을 즐기게 된다. 이는 시냅스 후 뉴런이 온전하게 도파민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만큼 쾌락을 느끼는 것이다.

그림 2. 처음에 쾌락이 들어온 경우, 쾌락을 즐기게 된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쾌락이 지속되면 향상성 유지 기능이 작동하여 시냅스 후 뉴런이 도파민 수용을 일부 줄이게 된다. 저자는 그림 3과 같이 도파민 수용의 감소를 고통 저울로 이동한 장난꾸러기들로 표현하였다. 즉, 도파민이 일부 버려지기 때문에 기존과 같은 수준의 쾌락으로는 쾌락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이 향상성 유지이다.

그림 3. 쾌락이 지속되면 향상성 유지로 고통 저울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다가 지속되는 쾌락의 양이 줄어들게 되면, 이미 저울에 올라탄 장난꾸러기들로 인해 우리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향상성 유지에 의해서 장난꾸러기들도 저울에서 내려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의 장난꾸러기들의 반응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다. 저자들 평균적으로 저 장난꾸러기들이 완전히 저울에서 내려오기 위해서는, 즉 도파민의 수용 기능이 쾌락이 작용하지 않던 처음 상태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쾌락 저울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4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그러면 결국 그 기간 동안 우리는 쾌락 요소를 넣지 않고 있더라도 계속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작은 쾌락 정도로는 고통 저울을 쾌락으로 돌릴 수도 없다 (그림 4). 어디선가 마약은 점점 더 강한 마약으로 유도한다는 내용을 들어봤을 것이다. 한번 마약에 중독되면 더 강한 자극을 주는 마약을 찾게 되는 이유가 이러한 쾌락의 저울을 왼쪽으로 기울게 하기 위해서 더 강한 쾌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림 4. 어느새 커져버린 도통

이것이 우리가 중독에 빠지게 되는 주요한 기작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한번 중독된 뇌는 꾸준히 도파민을 버리는 방향으로 우리가 행동하게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지는 과정이 중독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다.

어떻게 중독에서 빠져나오고, 중독에 걸리지 않게 유지할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기울어진 저울에서 장난꾸러기들을 쫓아낼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향상성 유지 기능이 저울을 수평으로 만들어줄 수 있도록 충분히 쾌락이 없는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것밖에 답이 없다. (저자는 약물에 의한 치료에 완전히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뉘앙스의 언급을 한다).

중요한 것은 쾌락을 절제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가 장난꾸러기들의 무게를 이기기에는 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독이 심하게 되어서 장난꾸러기가 많아진 상황에서는 의지만으로는 중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따라서 저자는 쾌락 요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세 가지 도구는 물리적 장벽, 시간 제약, 범주적 구속이다.

물리적 장벽은 쾌락 요소를 왼쪽 저울에 올리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장애물을 설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밀가루 중독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빵 보관함에 자물쇠를 걸고 자물쇠 열쇠를 가족에게 맡겨버리는 것이다. 가족에게서 열쇠를 훔치던가 양해를 구하게 되는 물리적 장애물을 설치함으로써 우리가 쾌락에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만든다면 의지를 다지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시간 제약은 우리가 보다 장기적인 목표를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장난꾸러기들이 저울에 있으면 장난꾸러기들을 내리는 장기적인 행동보다 단기적으로 쾌락 요소를 주입하는 방법에 손이 간다고 한다. 이를 중독자의 미래 시야가 좁아졌다고 표현한다. 만약에 밀가루 중독에 걸린 사람이 빵을 얻기 위해서 빵 보관함에 신호를 준 뒤 10분 뒤에야 보관함을 열 수 있다면, 그 10분의 시간 동안 좁아진 미래 시야를 되돌아볼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범주적 구속은 아예 쾌락 요소가 떠오르지 않도록 인생을 해킹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선 도구들이 쾌락 요소의 주입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우리를 도왔다면, 범주적 구속은 장난꾸러기들이 우리 마음속에서 보이지 않도록 숨겨버리는 것에 의의가 있다. 밀가루 중독자에게 예시를 다시 들자면, 빵이 나오는 광고를 차단하기 위해 TV와 스마트폰을 버린다거나, 집안을 햇반으로 가득 채워서 밀가루의 존재가 눈에 안 들어오게 하는 것이 예시가 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구속을 통해서 오히려 자유를 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중독된 뇌의 저울을 다시 수평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평으로 되어있는 저울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두 가지 사항을 강조한다. 한 가지는 오히려 고통을 통해서 쾌락을 느끼는 방법을 알 고 있으라는 것이다. 마조히즘과 같이 고통에서 쾌락을 찾으라는 것은 아니다 (이 분들은 오히려 물리적 고통이 쾌락 요소이고, 물리적 고통의 부재 상황에서 정신적 고통을 느낄 것이다). 찬물 샤워와 같이 일방적으로 고통을 몸에 가하는 상황에서는 향상성 유지를 위해서 장난꾸러기들이 쾌락의 저울에 매달리게 된다. 만약에 이 상황에서 고통이 사라지게 된다면, 남아있는 장난꾸러기들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쾌락을 느끼게 된다 (그림 5).

그림 5. 이제는 고통을 없애기 위해 나타난 장난 꾸러기들

다른 한 가지는 근본적인 솔직함이다. 중독이 된 상황이든지, 자신이 중독을 이겨내지 못하고 쾌락에 손을 댄 상황이든지, 자신에게 엄격할 정도로 솔직해져야 자신의 상황을 직시하고 저울을 수평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중독에 대해서 느끼는 수치스러운 감정에 솔직해져야 상황을 수용하고,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쾌락 의존성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솔직함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저울을 수평으로 유지하는 상황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의 나는 디지털 중독에 빠져있는 상태이다. 끊임없이 유튜브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고, 연구 중에도 틈틈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이것저것 확인한다. 동료 연구자들에게 부끄러운 상황이고, 무엇보다 졸업을 갈망해야 하는 대학원생으로서 부끄러운 상황이다. 오롯이 모든 집중을 연구에 쏟아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쓰고 나니 몹시 수치스럽다..ㅋㅋㅋ)

우선은 쾌락과 고통의 저울을 수평으로 맞추기 위해서 물리적 장벽을 사용하고자 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고 조금씩 내 뇌 속의 저울에서 디지털 장난꾸러기들을 제거해 나갈 예정이다. 조금씩 조금씩 정상적인 뇌로 바꿔나갈 것이다. 

 
도파민네이션
도파민네이션(dopamine nation)이란? 과학자들은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보편적인 척도로서 도파민을 사용한다. 뇌의 보상 경로에 도파민이 많을수록 중독성은 더 커진다. 과거에는 도파민을 자극하는 대상을 구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인간이 세상을 결핍의 공간에서 풍요가 넘치는 공간으로 바꾸면서 중독의 법칙이 바뀌었다. 중독성 물질, 음식, 뉴스, 도박, 쇼핑, 게임, 채팅, 음란 문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오늘날 큰 보상을 약속하는 자극들은 양, 종류, 효능 등 모든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가했다. 디지털 세상의 등장은 이런 자극들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스마트폰은 컴퓨터 세대에게 쉴 새 없이 디지털 도파민을 전달하는 현대판 피하주사침이 됐다. 우리는 도파민, 자본주의, 디지털이 결합된 탐닉의 사회, 도파민네이션에 살고 있다. 이제 누구도 중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도파민네이션』의 저자 애나 렘키 박사는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스탠퍼드대학 중독치료 센터를 이끄는 정신과 의사이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의료 정책을 만드는데 참여하고 있으며 100여 편이 넘는 글과 논문을 발표한 학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이력과 달리 그녀는 이 책에서 어릴 때부터 우울증을 앓아왔고 의사가 된 후에도 에로티즘 소설에 중독된 적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한마디로 중독에 관해서는 ‘전문가’인 동시에 ‘내부고발자’인 셈이다. 『도파민네이션』은 최신 뇌과학, 신경과학 연구와 자신이 20년 동안 만난 수 만 명의 임상사례를 통해 인간, 뇌, 중독 그리고 회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중독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약물 치료에 의존하기 보다는 도파민의 법칙을 이해하고 고통과 화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
애나 렘키
출판
흐름출판
출판일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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