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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H정전/아주 짧은 생각

[뻘글] 청첩장이 결혼식 객단가를 표기하면 어떨까

by 승공돌이 2024. 6. 25.

대학원 생활이 끝나가는 요즘 돌이켜 생각해 보니, 참여하지 못한 결혼식이 참 많았다. 포항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문제가 되었지만, 결혼식에 참여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액에 대한 부담도 상당히 컸다. 서울에서 하는 결혼식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KTX 비용과 차비를 포함하면 대략 13만 원 정도가 필요하고, 거기에 축의금까지 더하면 대학원생 봉급으로는 참여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접 참여하게 되면 "밥값 + 축하하는 마음"을 축의금으로 내야 하는 불문율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직접 가서 축하하지 못하고 계좌로 마음만 보낸 경우도 왕왕 있었다.

초호화 결혼식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야 이런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계산보다는 축하하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금전적 제약이 크게 다가오진 않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이 밥값이라는게 상당한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축하하는 마음의 값이 5만 원 정도인 사이에서 예식장 밥값이 10만 원이라고 한다면 주종이 뒤바뀐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게다가 문제는 소위 "밥값"이라고 묶이는 금액에는 식사 비용 뿐만 아니라 예식장의 공간을 대여하는 비용에서부터 전문 MC를 고용하거나 화려한 옵션을 추가하는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에, 단순히 식대만을 저 "밥값"에 포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혼을 아직 안 해본 나로서는 이런 비용에 대해서 정보가 없어 흔히 말하는 하객당 부담해야 하는 "객단가"가 어느 정도 금액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객단가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세속적으로 보이긴 하나, 결혼식이 적자니 흑자니 따지는 경우도 왕왕 봤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여, 차라리 청첩장에 이런 경제적인 부담에 대한 부분을 정확하게 안내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객으로 하여금 정확하게 내 "밥값"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문구를 추가하는 것이다. 아마 다음과 같은 문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본 결혼식은 하객 n 명이 참여하는 것을 상정하여, X원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너무 속물처럼 보이긴 하지만, 애초에 우리나라의 결혼식과 축의금이라는 문화는 큰 돈 들어가는 결혼식의 부담금을 몇 차례로 나눈다는 느낌도 없지 않은가. 이미 결혼한 사람들은 축의금 목록을 보관하며, 혹시나 축의 해준 사람이 결혼하게 되면 받은 금액에 상응하는 금액을 돌려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물론 내가 결혼하게 될 때 이런 짓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세상이 계속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도 바뀔 수 있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예전에는 청첩장에 계좌번호를 적는게 속물처럼 받아들여지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에는 계좌번호가 안 적힌 청첩장이 드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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