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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el/책 되새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박완서

by 승공돌이 2020. 12. 17.

그녀의 젊은 날의 초상화

표지에도 소설이라고 적혀있지만, 읽는 내내 소설보다는 수필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 작품이다. 어린 날 자기 전에 어머니께서 이야기를 들려주셨던것처럼 자신의 유아기부터 스무살까지의 일들을 하나씩 얘기해주는 듯 하였다.
 사건의 나열보다는 자신의 느낌을 말해주고, 자신이 느끼기에 타인, 특히 어머니의 감정은 어땠을지에 대해서 말해준다. 어머니의 이중성에 대한 언급이 굉장히 많이 나오면서도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후술이 항상 같이 나오는데, 그것또한 이 소설의 묘미이다. 부모가 되서야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인지, 뒤돌아보면 참 별것 아니라는 회상에서 나온 설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글을 읽을 때 항상 활자로부터 나오는 이미지를 머리속으로 그리면서 읽는다. 그렇기에 전반부의 박적골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것은 정말 힘들었는데, 그도 그런것이 소녀가 불쌍하게 생각하던 '서울사람'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굉장히 행복한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는것은 느낄수있었지만 그것을 완전히 공유하지 못한다는 것은 슬프면서도 힘든 일이었다. 
 이후의 일제강점기에서부터 6.25 까지는 당시의 국민들이 실제로 사건을 어떻게 느꼈는지를 그려내어서 역사서로 배우던 딱딱한 사건들과는 다르게 내게 다가왔다. 그것이 친일 행위나 좌익 행위에 대한 미화가 아니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활에서 알려주는 것이었기에 그런 느낌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불안했다. 서울에서 고향을 왔다 갔다 하며 혹시 북한에 갇혀버리는 것은 아닐지, 6.25 에서 오빠가 죽어버리진 않을지 함께 걱정하면서 페이지를 넘겨 나갔다.  

 박완서라는 사람의 일생의 전시회를 마음속에서 열은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했을 때 출구로 나가야한다는 아쉬움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이제 그녀는 타계하여 이 세상에 없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열린, 그리고 열릴 전시회에서 그녀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고마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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