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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R (SeungHyun Science Review)

문화도시 포항 Grand Marionette 구축을 위한 국제 포럼 후기

by 승공돌이 2021. 12. 5.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은 아래 URL을 참고하라고!

https://www.youtube.com/watch?v=M3QXOkIhH94

여느 때보다 한가롭고, 지루했던 일요일 아침이 찾아왔다.

같은 처지였던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고, 좀 더 짜릿한 경험을 위해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던 POSTECH 내의 테라로사를 방문하려고 하는데, 새파란 바탕에 빨간 글씨의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포스터는 찍지 못했는데, 대략의 느낌을 보여주자면 아래와 같은 느낌이었다.

황금 같은 일요일에 심심해서 국제 포럼에 참석하는 대학원생이 어디에 있을까 싶지만, 오늘의 나는 그러고도 남을 심심함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갈까 말까 고민하던 중, 지도 교수님도 포럼장에서 보게 되었고, 그냥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1. 살고 싶은 도시 포항 - 박주홍 (POSTECH 교수)

강연 중인 박주홍 교수

조금 늦게 참여해서 박주홍 교수님의 강연부터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인구가 소멸해가는 도시가 있다는 사실과 함께 포항도 수년 내에 인구 소멸 도시로 편입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전달하였다. 그리고 곧 내 마음을 울리는 한마디를 해주셨다.

 

살고 싶은 도시와 살아야 하는 도시는 조금 다르지만 많이 다릅니다

살고 싶은 도시와 살아야 하는 도시는 다르다. 그것이 오늘의 포럼을 관통하는 말이었다.

살고 싶은 도시는 시민이 그곳에 삶으로서 공동체 의식, 행복을 느끼는 공간을 의미한다.

반면, 살아야 하는 도시는 직업, 자녀 교육과 같은 이유로 살 이유가 있어서 사는 도시를 의미한다. 예컨대, 대치동에 전세로 사는 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 그곳에서 삶을 살지만, 그 목적이 달성되면 그곳을 떠나게 된다. 즉, 살아야 하는 도시는 그 목적이 달성되면 떠나게 되는 도시가 되어버린다.

포항은 포항공대생에게 있어 살아야 하는 도시이기에, 졸업한 이들이 모두 떠나게 된다. 우리 대학과 비슷한 처지였던 MIT도 비슷한 고민을 1990년대에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MIT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의 디자인을 "살 고 싶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 노력의 결과물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Stata Center & New Media Lab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공간이 아니라, MIT 학생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된 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그곳을 떠나지 않고 남게 되었고, MIT (학계)은 그 도시 (관공서)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고 한다.

유사한 사례는 미국의 교외 도시에서도 볼 수 있다. 이 공간은 도심에서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그들을 위해서 따로 주거 공간을 민, 관, 학이 함께 구축한 것이다. 주거 공간과 도시를 분리하여, 사람들이 살 고 싶은 공간을 창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한 것이 자동차 모델 T의 보급이었다. 즉, 자동차를 타고 주거 공간과 도시를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여, 비로소 좁아터진 도시에서 닭장처럼 사는 게 아닌, 교외에 아늑한 살 고 싶은 공간을 창출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외곽 주거 공간 in Allen

박주홍 교수님은 민, 관, 학의 협력을 통한 Triple Helix 모델을 통한 도시를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방법론의 핵심을 짚어주시고, 포항이라는 도시가 살 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하셨다.

2. 문화도시 포항, 그 잠재력과 가능성 -이상모 (경북동해안정책자문관)

강연 중인 이상모 자문관

이어서 이상모 자문관님의 포항의 문화도시로서의 잠재력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그는 강연을 시작하면서 포항 시청이 과연 시청으로서 적절한 디자인인가에 대한 말을 꺼내셨다. 시청이라는 공간은 포항의 시장과 공무원들이 시민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장 민주주의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저렇게 높은 곳에, 마치 제황적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에 시장이 있다면 과연 그가 이 공간에서 시민과 평등한 위치에서 시민을 위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겠는가? 혹은 시민이 시청에 일을 보기 위해 계단을 오르면서 평등한 관계로서 공무원을 상대할 수 있는 공간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시청이 주는 공간 체험이 민주주의적 경험을 제공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간과 디자인이 가지는 의미를 몰랐던 나에게는 충격적인 멘트였다.

포항 시청의 전경

그리고 그는 문화도시의 정의를 세 가지로 나누었다.

(1) 문화 예술의 발전 및 향유 (문화 민주화), 주민이 문화 창조의 주체 (문화 민주주의)

(2)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한 경제적 부가가치의 창출 (문화 산업)

(3) 문화예술을 넘어 문화의 총체성에 대한 고려 (삶으로서의 문화)

문화 도시는 단순히 문화가 있는 도시가 아니라, 시민 모두가 문화의 창조와 유지에 유지하고 그것이 가치를 창출하여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포항이라는 공간이 줄 수 있는 공간 체험의 잠재력에 대해서 열거하였다. 연오 세오, 중성리 신라비, 원효 등 포항에만 있는 문화적 원천이 충분히 있고, 그것을 살린다면 문화도시로 태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그러면서 동시에 그는 포항시 북구 청하면에서 고래 화석이 나왔을 때, 그것을 밀어버리고 아파트를 짓고 다시 구룡포 다무포에 고래 마을을 짓는 "원천과 공간"이 매칭되지 않는 그런 실수는 저지르면 안 된다는 뼈아픈 조언도 함께해 주었다.

 

3. 낭트 Nates 문화예술 산업과 환경의 도시 - 최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강연 중인 최준호 교수

이 강연은.. 파워포인트가 말썽을 부려서 제대로 듣지 못했다.. ㅠ (한 세션에 고작 15분만 잡힌 게 너무 아쉬웠다)

이 강연에서는 2차 세계 대전으로 파괴된 낭트가,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도시로 변화하면서도 파리의 세 번째 재정 도시가 된 과정에서 문화가 한 역할이 무엇이었나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었다. 낭트가 지금의 모습이 오기까지에 큰 역할을 한 것은 Royal de Luxe라는 단체였는데, 이들은 거리에서 거대한 기계 장비로 공연을 하는 단체라고 한다.

Royal de Luxe의 거리극의 일부

낭트가 문화 도시가 되는 과정에서 거리극을 창조하고 운영하는데,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사업을 하면서 수백억 원의 공공 예산이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그 예산에 대해서 시민들의 반발이 없었다고 하는데, 이는 시민들의 공공 공간이야말로, 계층, 세대, 빈부, 인종을 차별하지 않는 최적의 공감이며, 이것을 살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 문화 사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연자료에서 발췌 및 일부 수정). 문화 민주주의와 일맥상통하는 주장이라고 보인다.

결국 문화 도시를 결정짓는 것은 아래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이 수반되어야 한다.

 

도시와 문화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5. Makers를 만드는 사람들의 도시 -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

발표 중인 최도인 본부장

최근에 세운 상가를 지나간 사람들은 알 수 있다, 그곳은 예전에 전기 장비를 사러 가던 세운 상가가 아니다 (본인 지난주에 다녀옴 ㅋㅋ). 최도인 본부장은 세운 상가가 지금의 메이커스 혁신지로 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주신 분이라고 한다. 이 강연은 그 과정에서 그가 느낀 혁신의 중요 요소를 정리해 주셨다.

세운 상가에는 정말로 많은 "장인"들이 있다. 예를 들어 백남준 선생의 미디어 아티스트를 도운 이정성 장인이 있고, 또 그런 사람들이 고밀도로 압축(?) 되어 있는 공간이다. 그는 이런 세운 상가의 잠재력을 메이커스라는 현대적 BM 과 합치는 과정을 도운 것이다. 그가 강조한 세운 상가가 혁신할 수 있었던 배경은 아래와 같다. 하나하나 자세히 쓰고 싶은데, 시간이 된다면 내가 최근에 연구하고자 하는 Croud manufacturing과 함께 연결 지어서 자세히 쓰고자 한다. 이 포스팅에서는 개념만 ㅎㅎ

1. 만드는 사람, 메이커들이 있다.

2. 도시 제조를 위한 작업장이 밀집되어 있다.

3. 미래형 창의융합학교가 있다.

4. 디자인/제조 스타트업이 모인다.

5. 메이커들의 기술 중개소가 있다.

6. 로컬 산업 지도가 있다.

7. 로컬 메이드가 탄생한다.

8. 기술지식 도서관이 있다.

9. 산업 문화 공간이 있다.

10. 도시 제조업에 주목하는 액셀러레이터, 투자자가 있다.

11. 연결을 촉진하는 협업 지원센터가 있다.

 

Production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도시 생태계가 작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Cluster를 넘어 neighborhood로 넘어갈 때 도시 생태계가 작동할 수 있습니다.

5. 2021 그랜드 마리오네트 아시아 거점 구축 R&D 발표 (윤종연, 이지형 from Art & Tech Lab)

강연 중인 윤종연 선생님

이 강연은 Art&Tech lab의 윤종연 선생님이 포항의 그랜드 마리오네트 의미 점검 시간이 있었다.

포항에서도 Royal de lux와 같은 공연을 기획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무엇을 고려하며 창작 활동을 하였고, 창작 활동에서 과학 기술자와의 소통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우선, 그랜드 마리오네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도시가 문화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에 관객들이 (즉,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공동체의 장소라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의 서사가 공연에 담겨야 하고, 포항의 그랜드 마리오네트를 위해서 "철"이라는 주제에 집중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탄생한 게 grand 의미에서의 "금오", minor 의미에서의 "미생물"이었다.

주로 미생물 작품이 어떻게 구현되었는가에 대한 것이었는데, 자세한 건 아래 영상 (2시간 23분 30초 지점)을 참고하시라!

https://youtu.be/M3QXOkIhH94?t=8609

 

6. Art & Tech 특강 - Theo Jansen

얀산님, 죄송합니다. 중간에 도망 나왔습니다.

기억에 남는 소절만 적을게요..

강연 중인 Theo Jansen

소감

수줍은 따봉

소멸해가는 도시를 문화로서 해결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새로운 접근 방법이었다. 내 마음속에서는 살아야 하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까에만 관심이 있었고, 살 고 싶은 도시를 어떻게 만들지는 관심이 없었다. 그렇기에 살고 싶은 도시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중간중간, 최근 관심이 많은 복잡계에 대한 개념이 계속해서 생각났다. 내 생각을 정리하자면,

문화 도시가 되었든, 산업 도시가 되었든 그것을 만들어 가는 것은 시민들이다. 도시 안의 시민들은 연결되어 있고, 연결된 시민들이 만들어내는 효과는 개별 시민의 합과 다르다. 도시라는 복잡계가 문화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민, 관, 연은 시민이 문화도시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제반을 만들어 놓고, 시민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종국에는 문화 도시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고래 화석을 치우고 아파트를 올리는 건 올바르지 않은 디자인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민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물은 우리는 예측할 수 없다, 그것이 복잡계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복잡계가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을 억제하는 투자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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