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 중 발견한 흥미로운 공익 광고 포스터를 발견하였다. "오늘은 어떤 에코백을 들까?"와는 글귀와 함께 다량의 에코백들 중 하나의 에코백이 선택되는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 아래에는 "비닐봉지보다 환경 보호 효과가 크기 위해서는 에코백을 최소 131번 이상 사용해야 합니다. ... 에코백은 하나면 충분합니다"라는 에코백이 친환경적이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 정량적인 지표와 함께 제시되어 있었다.
환경에 대한 이슈가 강조되면서 "환경을 사랑한다"는 이미지는 유행을 선도하고 감각적인 이미지으로 다가가고 있고, 기업은 친환경 이미지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매출 향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의류 기업이 아니더라도, 판촉물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에코백이 (대문짝만한 기업 로고와 함께) 선택되는 일도 부지기수이며, 의류 기업들은 천 재질의 토트백을 에코백으로 명명하여 판매하고 있다.
에코백이 진정한 의미로 친환경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면, 에코백이 성행하고 몇 년 후에는 시장에서 유통되는 에코백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야 했을 것이다. 이미 시장에 유통된 에코백이 재사용되어 사람들이 새로운 에코백을 필요로 하지 않아야 천-토트백이 에코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그 이유를 만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에코백은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고, 이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토트백이 아니더라도 에코백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서 많은 가방이 유통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친환경에 대한 용어 제한이 생기거나 "환경파괴"가 유행이 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라 기대된다.
광고 문구는 이제는 더이상 친환경적이지 않은 에코백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다. 에코백은 하나를 싸서 오래 써야 친환경적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만약 나였다면, "에코백을 131번 쓸 생각이 없다면 차라리 비닐봉지를 쓰세요"라고 적나라하게 썼을 것 같지만 저자는 공익 광고의 목적을 생각하여 순환하여 작성한 듯하다. 판촉물이 되었든, 패션 트랜드가 되었든 간에 에코백이 진정한 의미로 친환경적인 목적을 달성하고, 그랬을 때 사람들이 친환경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에코백에서 시작하였지만 다른 가방에 대해서도 친환경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최근에 유행하기 시작한 프라이탁 가방이 바로 그것이다. 이 회사의 가방을 짧게 설명하자면, 폐 방수포를 빗물을 통해 세척하여 가방으로 재탄생 된 친환경 가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3). 요즘 거리를 걸으면 심심치 않게 이 가방이 보이는데, 폐 방수포를 활용했기 때문에 모든 가방의 디자인이 다르지만, 때가 타있는 형형색색의 방수포 색을 보면 멀리서 봐도 프라이탁의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드러나는 친환경 이미지가 대세 이미지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안타까운 점은 방수포 수집 및 재단, 검수는 유럽에서 이루어지고 그것이 해상, 육로 물류를 통해서 강남 어딘가에 전시되어야 비로서 대한민국 국민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취리히에서 만들어진 친환경 가방이 환경을 파괴하는 육로를 거쳐, 그리고 해상 물류로 지구 반바퀴를 돌아 우리 손에 들어온다면 그것이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제조 과정만 친환경이라고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친환경 제품을 따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한 제품을 사게 되면 수선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도 6년된 셈소나이트 백팩을 유상 수리한 기억이 난다. 이래저래 볼품이 없어져서 버리려고 생각했던 찰나, 셈소나이트 가방은 수선을 매우 잘 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수선을 맡기러 갔다. 당장에 사용을 위해서는 가방의 프레임을 잡아주는 와이어만 고치면 되었고, 멋을 위해서는 가방 겉면의 가죽도 교체가 필요하였다. 매장에서 수선 항목을 적으면서 가죽 교체를 선택하려고 하는데, 매장 주인께서 이정도 가죽 상태면 까만 구두약으로 칠하면 티가 하나도 안나니까 한 5년정도 더 쓰고 교체하라고 추천해주었다. 결국 와이어만 수리해서 지금 잘 쓰고 있고, 아직 구두약으로 닦지는 않았다. 다시 보니 가죽 상태도 빈티지 한 매력을 뿜는 게 충동적으로 가죽을 교체하지 않은 친환경적인 수선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새로 사지 않고 오래 쓰는 것, 그것이 진짜 친환경이 아닐까 다시 생각해보았고, 나에게도 칭찬하고 싶다. 그치만 5년 뒤에는 가죽은 교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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