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세계의 “사실”이 존재하고 있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오감과 뇌의 해석 과정에서 “인지된 사실”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것은 실재하는 사물에 대한 “인지된 사실”의 차이라고 하자. 이러한 차이가 존재한다면 사랑, 감사, 행복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서 사람들이 인지하는 개념도 차이가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인지하는 추상적인 개념의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를 앞선 글에서 적은 색에 대한 인지를 바탕으로 추론하고자 한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외부 세계의 “사실”이라는 개념을 외부 세계의 “사건”으로 바꾸어 이를 해석해보고자 한다.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사람은 오감과 뇌의 해석을 통해 “사건” 발생을 인지하게 된다. 만약 동일한 “사건”이 두 사람 A, B에게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A, B에게 “인지된 사건”은 차이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사람이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재하는 “사건”을 겪고, 그것에 대해서 사회의 누군가가 “그런 감정을 감사라고 말한단다”와 같이 알려주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감사”라는 이름이 붙인 “사건”이 반복해서 일어나게 되면 사람은 반복적인 사건들에서 본인이 인지한 생각, 감정, 육체적 변화 따위의 특징들 중 유사한 것들을 군집화 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 “감사”라는 개념으로 부를 수 있는 “사건”의 바운더리를 잡아서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Figure 1은 “사건”의 빈도에 대한 사람의 생각 (x축)과 “인지된 사건”에 대한 느낌의 수준 (y축)에 대해 “사건”을 점으로 표현하고, “감사”와 “행복”은 사회의 누군가가 알려준 감정의 이름을 의미한다. 반복된 “사건”들의 특징 중 “감사”에서 반복적이고 유사한 특징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앞으로 동그라미와 같이 “감사”의 바운더리를 잡을 수 있게 된다. 예컨대, “감사”로 명명된 “사건”들에 대해서 (1) 해당 사건은 빈번하지 않은 특별한 사건이며, (2) 나는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라는 반복적이고 유사한 특징을 알게 된다.그리고 향후 감사의 동그라미 안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감사”를 느낀다고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마다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서 다르게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본다. 우선, “사건”을 “인지된 사건”으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사람마다 차이가 발생한다. 마치 바깥 세상에서 700 nm의 빛이 발생해도 그것을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른 것처럼 말이다. Figure 1의 예시로 얘기하자면, 사람마다 x 축과 y축의 scale과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사건”이 사상되는 위치도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즉, 같은 “사건”을 겪은 두 사람이 있더라도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그래프는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두 번째 이유는 사람마다 겪게되는 “사건”의 집합이 상이하다는 것이다. 같은 축을 가진 두 사람이 있더라도 그들이 겪은 “사건”의 집합에 따라서 개념의 바운더리가 달라지게 된다. Figure 2는 사람 A, B가 지금까지 겪은 “행복”과 “감사”에 관련한 사건의 집합의 차이를 보여주며, 이를 통해 나타난 A, B의 개념의 바운더리의 차이를 시각화한다. 예컨대, B는 행복의 바운더리가 매우 작아서 향후 같은 사건을 겪게 되더라도 A가 행복하다고 이해한 것을 B는 행복하지 않다고 이해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는 “사건”에 대한 명명의 차이이다. 앞서 “그런 감정을 감사라고 말한단다” 과 같은 외부로부터의 개념의 명명이 필요하다고 하였는데, 누가 명명해주냐에 위의 그래프들은 완전히 다르게 된다. 같은 사건을 겪더라도 A는 자녀에게 “이것이 행복한 것이다” 라고 명명해주겠지만, B는 상대적으로 자녀에게 “행복한 사건”을 명명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유사한 개념으로는 데이터 라벨링의 오류가 있을 것이다.)
덧붙이자면, 이러한 개념의 차이는 곧 다른 개념을 이해하는데 다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앞선 Figure들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편안”, “흥분”, “일반적”, “특별”과 같은 개념을 x, y축 상에 넣었는데, 이러한 개념들조차 모든 사람들이 다르게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추상적 개념을 정의하기 위한 바운더리의 기준 축 조차 사람들마다 전혀 다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첫 번째 이유에 따른 개념 이해의 편향을 강화할 것이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는 개념이 모두 차이가 난다면, 같은 “사건”을 바라보더라도 모두가 느끼는 감정, 생각은 다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사건”이나 “사실”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사람마다 큰 차이를 발생시킬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사람이 사회를 이해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만약 내 생각이 진실이라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승H정전 > 아주 짧은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색안경을 끼면 세상을 편하게 볼 수 있으나 (0) | 2022.04.29 |
---|---|
진심으로 사과하기 힘들다면 (0) | 2022.04.05 |
사실은 사실이 아니지 않을까 – (1) 오감에 대해서 (0) | 2022.02.26 |
오래된 것, 많이 쓴 것이 친환경이다. (2) | 2022.01.09 |
화장실에서 본 글귀: 이정표 (0) | 2021.10.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