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Feel/영화 되새김

호텔 뭄바이 (2018): 신념의 차이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

by 승공돌이 2022. 2. 1.

그림 1. 호텔 뭄바이 (2018)의 한국어판 표지

 

무엇을 다루었는가?

영화 호텔 뭄바이는 2008년에 있었던 뭄바이 연쇄 테러를 일부 각색하여 만든 영화이다. 뭄바이 연쇄 테러는 파키스탄의 테러 집단 "라쉬카르 에 타이바 (Lashkar-e-Toiba)"의 조직원 10명이 인도의 뭄바이의 기차역, 병원, 호텔 등을 가리지 않고 총기 난사와 폭탄 테러를 감행한 사태이다. 테러 발생으로 195명이 사망하고 350명의 부상자가 발생되었다고 한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정치적으로 갈등이 있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정치 상황과 무관한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테러였다는 점에서 여전히 큰 아픔으로 남아있다. 영화 호텔 뭄바이 (2018)는 테러를 당한 사이트 중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호텔 타지마할 (그림 2)에서의 테러 활동을 그려내며, 테러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호텔 직원과 투숙객의 사투를 현실적으로 담아내었다고 호평받는 작품이다.

그림 2. 호텔 타지마할 (테러 당하기 전의 모습)

 

어떻게 다루었는가?

이 영화는 테러범, 투숙객, 호텔 직원 (과 경찰특공대), 세 집단의 관점을 번갈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관객은 세 집단의 정보를 모두 알 수 있지만, 각각의 집단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한정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게 된다. 모든 것을 알 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천만한 선택을 감행하는 투숙객과 호텔 직원들을 보는 것은 긴장감을 한 층 더해준다.

그림 3. 호텔 내부에서의 총기 난사 모습

그리고 이런 긴장되는 순간 사이사이 (1) 테러범은 어떠한 연유로 테러를 감행하게 되었는가? (2) 위기를 맞이한 투숙객들 사이에서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되는가? (3) 호텔 직원은 투숙객을 살리기 위해 어떤 결심을 하는가? 와 같은 요소들이 함께 그려져서 스토리 라인의 당위성을 제공하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 "대체 이런 비극이 왜 일어났고,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종교적 신념으로 비롯된 무차별 테러

뭄바이에 대한 무차별 테러는 파키스탄의 테러 집단 "라쉬카르 에 타이바 (Lashkar-e-Toiba)"의 행동이었으며, 영화에는 드러나지 않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1) 인도의 종교는 힌두교 (전부는 아님) 파키스탄의 종교는 이슬람교이다, (2)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국경 지역에 대한 영유권으로 갈등이 있어 왔다, (3) 지역 거주민의 종교가 영유권 갈등과 깊은 관계가 있다 (예컨대, 인도가 편입하려고 했던 카슈미르 지방의 주민들은 이슬람교를 믿었음). 자세한 내용은 아래 URL을 참고하시라. 

 

인도-파키스탄 전쟁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인도-파키스탄 전쟁 또는 분쟁(Indo-Pakistani wars and conflicts)은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서 진행된 전쟁이다. 제1차 인도 파키스탄 전쟁[편집] 1947년 영국에서 분리독립한 양국은 당초부터 대립을 계

ko.wikipedia.org

파키스탄의 관점에서 인도는 자신들에게 무언가를 약탈해 간 국가이고, 전쟁은 아니더라도 인도에 피해를 주면서 세계적 관심을 초래할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하였다. 영화 내에서도 그들이 뭄바이를 테러를 감행한 된 이유를 명령을 전달하는 지도자의 목소리를 통해 잘 드러내고 있다. 이 테러를 통해 전 세계의 이목을 사고 파키스탄의 이권을 가져와야 한다, 협상을 위해 선진국 투숙객은 되도록 생포해라와 같은 말들이 그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항상 이러한 명령 뒤에는 그들의 행위가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알라신 앞에서 자랑스럽고 용맹하게 테러를 완수하라고 부추긴다. 그리고 조직원들은 그러한 종교적 응원에 고무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준다. 세속적인 이유로 일으킨 테러 행위를 종교적인 이유로 덮어쓰기를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물론 영화 후반부에서 조직원이 테러 행위를 대가로 받게 될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장면에서, 조직원들의 행위들조차 세속적인 이유가 함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종교적 갈등만이 이 잔혹한 테러의 원인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 영화는 조직원의 관점을 연출하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림 4. 뭄바이로 올라오는 조직원들

 

위기 속에서의 갈등을 이겨내라

테러범들의 추적을 피해서 투숙객들은 프라이빗한 식당에 숨어들었다. 그러나 영국인 투숙객 한 명이 테러리스트와 비슷한 피부색과 행색을 한 투숙객 및 호텔 직원에게서 공포를 느끼고 있다. 시크교도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혼합된 형태의 종교)인 호텔 직원 아르준 (데브 파텔 분)은 그가 쓰고 있는 터번 때문에 공포를 느낀 영국인 투숙객에게 그의 종교가 테러단체의 그것과 다르며,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함께 그것을 다른 이를 위해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을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그림 5). 그러자 영국인 투숙객은 아르준의 의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에 대한 공포를 내려놓는다.

그림 5.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설명해주는 아르준

제가 쓰고 있는 이것은 터번입니다. 우리 시크교도 에게 이 터번은 신성한 물건입니다. 저희의 명예와 용기의 상징이죠. 그러나 호텔에서 부인인은 손님이고, 부인이 원하신다면 이것을 벗겠습니다. 그렇게 할까요?

 

아르준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손님과 직원이라는 세속적인 관계 사이에서, 종교적 신념을 지키면서도 세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영화 전반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벌어진 테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장면은 종교적 갈등을 이겨낼 수 있는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손님은 신이니까... 

이 영화에서 가장 큰 감동을 주는 장면 중 하나는 투숙객의 탈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호텔 직원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직원용 계단으로 몰래 탈출할 수 있었지만, 셰프의 제안에 따라 끝까지 남아 투숙객의 탈출을 돕는다(그림 6). 이 장면에서 나를 더욱 감동시킨 것은, 지금 탈출하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나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셰프의 모습이었다. 표면 상으로는 "손님은 신이니까" 그들의 탈출을 돕는다고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손님과 직원이 어디 있겠는가? 호텔에 대한 정보가 조금 더 많은 우리가 저 약자들을 위해 희생하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희생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셰프는 당연하지 않은 일을 해보자고 제안하였고, 당연하지 않은 희생에 불참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고 떠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 것이다.

그림 6. 고객을 지키겠다는 직원들의 선택

"여기엔 결혼한 사람도 있고, 부모님과 가족도 있겠지. 지금 떠나도 부끄러운 게 아니다."

 

억지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돼버렸는데,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셰프의 모습이 너무나 멋있었다. 자신의 결정을 종용하는 선택도 할 만한데, 그러지 않고 각자의 의견을 존중해준 셰프의 모습, 그리고 그런 셰프의 결정에 따르는 직원들의 희생정신 모두가 감동스럽게 그려진 장면이었다. 타인에 대한 희생은 당연한게 아니고, 희생에는 자율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무엇을 배웠는가

투숙객의 탈출 과정은 연인에 대한 사랑, 모성애와 부성애,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 등 많은 것을 다루고 있지만 그것은 기존의 재난 영화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동이었기에 생략하고자 한다. 영화는 종교라는 이유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사태와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에서의 인류애가 작동하는 모습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종교라는 이유로 덧칠되어 있는 갈등들 속에 숨겨진 세속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 사건의 본질이 보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세속을 넘어선 인간 간의 사랑 (종교든 가족애이든)이 필요하다는 것을 동시에 배울 수 있었다. 이러한 아픔이 다시는 인류 역사에 없길 바랄 뿐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