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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el/영화 되새김

돈 룩업 (2021): 진실을 가리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by 승공돌이 2022. 1. 2.

영화에 대해

"99.5% 확률로 6개월 뒤에 에베레스트 산 크기의 혜성이 지구에 충돌할 것이고, 그 충돌은 인류의 멸망을 가져올 것이다",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 (제니퍼 로렌스 분)와 천문학자 랜달 민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그 사실을 인류에 알리고 싶다. 그러나 사람들은 인류의 멸망보다 연예인 가십에 관심이 많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치 이슈 (대통령과 프로노 스타의 염문설...), 자본 권력의 방해에 밀려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다.  랜달과 케이트는 지구 멸망을 막아낼 수 있을까!!?

네이버 영화 줄거리 처럼 써봤는데 잘 적혔을지 모르겠다..ㅎㅎ 영화 전반의 내용은 위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신 일반 대중과 정치 세력의 행동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미국식 살키즘을 러닝타임 내내 날려대면서 '실제로 혜성이 다가오고 있다면 벌어질 수도 있을만한 일' 을 그려내고 있다.


별사탕으로 참는 건빵같은 답답한 전개

나는 단지 전세계 박스 오피스 1등을 차지했다는 기사만을 보고 돈룩업을 보기로 결정했다. 그렇기에 영화에 대한 내용, 캐스틍 등 아무런 내용돔 모른 상태로 영화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나서 매우 빠르게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었는데, 영화를 모두 보고 나서 느낀 점을 100% 라고 두었을 때, 영화 관람 20분 안에 90% 이상은 이해를 하고 봤던 것 같다. 나머지 러닝 타임은 같은 내용을 미국식 살키즘, 농담을 가지고 그려내면서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개에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데, 순간 순간의 코믹한 요소들이 별사탕처럼 톡톡 튀어주어서 끝까지 영화 관람을 할 수 있었다. 미국식 풍자에 익숙한 사람들은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였을 것 이다.

사실보다 중요한 것

"99.5%의 확률로 6개월 뒤에 에베레스트 산 크기의 혜성이 지구에 충돌할 것이고, 그 충돌은 인류의 멸망을 가져올 것." 영화에서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사실은 오직 이거 하나 뿐이다. 그러나 이것을 사람들에게 전해주는데는 너무나 큰 어려움이 있었다. 내가 느끼기에 사실을 전달하기에 가장 큰 걸림돌은 흥미롭지 않은 사실은 (설사 그것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멸망은 전세계 누구에게나 가장 높은 우선순위로 받아들여야 할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에 관심을 갖지 않는데, 이는 이것이 흥미롭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의 멸망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결별한게 더 흥미로운 사실이고,  앵커들의 농담 따먹기가 과학자의 인터뷰보다 재밌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구 멸망설은 이미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사기에는 너무 진부한 소재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좋은 물건보다는 Fancy 하게 포장된 제품이 더 인기를 끈다. 재미난 광고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제품에 대해서 전혀 모르더라도) 제안이 제품의 원료보다 더 중요한 마케팅 요소가 된다. 인스타 광고를 보고 속아서 제품을 사 본 사람들은 다들 느끼지 않을까 싶다. 글보다는 영상이, 영상보다는 썸네일이 정보의 전파에 더 중요한 요소가 되어버렸다.

영화는 본질보다 껍데기가 중요해지는 현상이 과학적 사실에도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중은 혜성 충돌보다 섹시한 천문학자의 외형에 더 관심을 갖는다. 하버드 출신이 아닌 교수의 말은 쉽게 믿지 않는다. 그렇기에 랜달과 케이트가 혜성 충돌을 사람들에게 알리는데는 너무나 큰 어려움이 있었다.

주장을 사실로 밀어부치는 사람들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노력하여 혜성 충돌이라는 사실은 대중에게 널리 퍼질 수 있었다. 심지어 하늘을 바라보면 눈 앞에 거대한 혜성이 보인다...! 그런데 혜성 충돌을 적극적으로 막을 필요가 없다는 움직임이 일고, 그것을 지지하는 이들이 외치기 시작한다.

Don't Look Up!

저것은 별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눈 앞에 거대한 혜성이 보여도 아예 쳐다보지 말라는 것이다. 왜 별 문제가 아닌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럴듯하고 멋있어 보이는 구호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지루한 과학 지식으로 설득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교묘하게 주장과 사실을 섞어두게 되면, 사람들은 마치 주장을 사실처럼 믿게된다. 그리고 주장에 반대되는 것들은 그것이 설사 진실이라 하더라도 잊혀지게 된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도 만연한 일인데, 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 과학 기술에 대한 주장과 사실을 교묘하게 섞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아래 사진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기사는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17519 를 참고)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자의 태도

그렇다면 모든 잘못이 흥미에만 관심있는 대중들과 사실을 밝히는 것을 방해하는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일까? 영화를 함께 본 우리 형 (문과), 저 과학자는 (케이트와 랜달) 모든 사실을 정확하게 설명하려고 하니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서 답답하다고 했다. 예를들어, 무조건 혜성이 충돌하냐는 대중의 질문에 "0.5% 확률로 안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물론 랜달 교수가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이런 부분은 점점 해소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영화 초반에 나오는 그 답답함은 같은 과학도로서 견디기 힘든 수준이었다.

즉, 너무나 흥미로운게 많은 세상에서, 과학적 사실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할 줄 아는 능력도 과학자가 갖추어야 할 태도이자 능력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들만의 리그 (학회, 저널)에서 많이 설명하고 많이 인용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가 밝힌 과학적 사실이 대중에게 전파되기 위해서는 그것에 적합한 방식을 활용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그것이 너무나 부족했다.

개인적으로는 TV에 자주 나오면서 대중과 소통한다는 교수가 정작 연구와 제자 지도는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가십을 들었을 때, TV에  나오는 과학자들에 대해서 안좋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연구와 지도의 부족은 그(혹은 그녀)가 해결해야 하는 일인 것이고,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학자는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지식을 전파하는 과학자로서 대중과 소통할 준비는 정말 충실되 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 본 재미난 영상으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갈음한다.
(과학자일수록 글을 잘 써야 해요; https://youtu.be/HsyjCOzLLwk)


한국에는 한국의 칼 세이건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

Peer Review (동료 평가)에 대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지구의 멸망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누군가의 독단으로 피어 리뷰를 거절하면서 사라졌다. 그만큼 사실을 검증받는 과정은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검증받는 과정을 거절하고, 오히려 검증하려는 이들을 공격하여 자신이 주장하는 것을 관철하려고 하는 것이 요즘 미디어의 대세(?)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슬프다..
얼마 전에 피어 리뷰에서 논문을 리젝당해서 슬펐는데, 더 나은 지식 전파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나에게 좋은 양분이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같은 과학자가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보니까 공감도 많이 되는 그런 영화였다. 블록체인 기술보다는 비트코인이, 자연어처리보다는 이루다가 대중의 관심을 끌고 기술 정책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가 되는 사회에서 과학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항상 고민을 해왔다. 조금은.. 그 답을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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