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 가니 형에게 선물해 준 e-book 리더기가 쓰이지 않고 있는 것을 알았다. 비록 내가 선물해 준 물건이지만, 몰래 포항으로 가져왔다. 몇 개의 세팅을 마친 후 교보문고 e-book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고, SAM 무제한 이용권을 통해 이지예 작가님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읽게 되었다. e-book 리더기는 써봐야 장점을 알게 된다 던데, 책이 너무 재밌어서 답답한 반응성을 가진 e-book 리더기와 익숙해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 본격적인 리뷰 시작..
주제: 꿈이 무의식과 관련이 있다는 과학적 사실을 소설로 그려낸 이 책을 추천한다.
정신분석학의 아버지 프로이트는 꿈이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주장하였다. 사람들이 지각하는 의식의 세상에서는 무의식의 세상이 가려져 있는데, 무의식의 세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로 중 하나가 꿈이라는 것이다. 무의식의 세상은 인식할 수 없고, 그렇기에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꾼 꿈은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게 되어 의식의 세상에 무의식 세상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그렇기에 꿈의 내용을 분석하면 무의식 세상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현대 정신의학에서 꿈은 뇌활동의 부산물일 뿐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링크).
소설은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소설의 내용을 유출하지 않는 선에서 소설의 배경을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사람들이 잠에 들면 알 수 없는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마을 어딘가, 달러구트씨가 운영하는 꿈 백화점이 있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은 단순히 꿈을 진열해두고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손님이 살아온 인생을 바탕으로 가장 적절한 꿈을 추천해준다.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나오는 꿈"을 추천해주고, 누군가에게는 "미래를 볼 수 있는 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추천받은 꿈을 구매하고 꿈의 꾸기 시작한다. 그들이 꾼 꿈은 제목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꿈의 내용은 의식의 세계의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다음 날에도 사람들은 이 마을에 다시 도착하게 되지만 전날 있었던 일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꿈 백화점으로 간다.
감히 예상하자면, 이 마을은 무의식의 세상을 의미하고 다음날 다시 와도 기억나지 않는 것은 무의식의 세상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달러구트가 추천해 준 꿈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은 무의식에 영향받는 의식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지만 내 나름대로 과학적 해석을 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었다. (알고 보니 작가님도 공대 출신이었다고!)
배경이 탄탄한 만큼 흥미진진한 마음이 계속 유지되면서 읽었던 소설이었다.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다음엔 어떤 손님이 어떤 사연을 들고 올까? 달러구트는 어떤 꿈을 추천해줄까? 손님을 어떤 꿈을 꾸어서 의식 세상에서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같은 궁금증이 계속 나오는 소설이었다.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났을 때는 그래도 저 마을에는 계속 손님들이 오겠지... 하는 29살인 내가 올해 한 가장 유치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글로 꿈, 의식 세계, 무의식 세계를 모두 잘 표현되었고, 머릿속으로 쉽게 그 모습을 그리면서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누군가 이 책이 재밌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정말 재밌게 읽었다고 확답할 수 있다. 우리는 왜 꿈을 꾸는 걸까에 대한 질문을 한 번이라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행복한 꿈을 꾼다면 그 꿈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행복하지 않은 꿈을 꾼다면 그 자체로도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되새길 수 있는 소설이었다.
서평과는 관계없지만 최근 2 주간 비지도 학습 중 군집화에 대한 고민을 해왔었는데, 꿈에서도 군집화 알고리즘의 개선 방향에 대해서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꿈의 내용이 그렇게 크리티컬 하진 않았지만, 꿈에서도 나올 정도로 열심히 고민했다는 생각에 그날따라 더 일이 잘 되었다. 꿈이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어떤 분야에 걸쳐있든 관계없이 내 인생에 가끔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많은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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