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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H정전/대학원생활

초 단기 강사 후기 - 누가 교수가 되어야 하는가?

by 승공돌이 2022. 9. 30.

최근에 지도교수님과 주임교수님의 추천으로 후배들에게 학부 과정에서 배운 교과목을 가르칠 기회를 얻었다. 내가 가진 역량이 100이라고 친다면, 120의 일을 받은 느낌이긴 하나 여러모로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 지식을 알고 있는 것과 지식을 가르칠 정도로 알고 있다는 것의 차이를 느끼고 있고, 지식을 후속세대에게 잘 가르치는 것이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Quality function deployment (QFD)는 품질 경영의 거의 맨 처음에 배우는, 수학의 정석의 집합과도 같은 파트이다. 그렇기에 학부 과정에서 수십 번은 복습했던 파트였다. 교수님께서 수업을 맡으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예전에 봤던 부분을 조금만 되돌아보고 가르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만이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혹시 학생들이 이 개념에 대한 심화된 질문을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어마어마하게 들었고, 오랜 기간 연구실 서재에서 나오지 않았던 QFD에 대한 책을 꺼내어서 복습하였다. QFD만 다룬 책은 이렇게 심화될 수 있구나라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수업 직전에 찍은 컨셉샷

이렇게 QFD에 대해서 완벽하게 복습하고, 이걸 또 가르치려고 자료를 준비하고 강의 리허설을 하는데 (초짜이기 때문에 리허설은 필수이다)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머릿속에 있는 지식들을 가장 적절한 순서로 말할 준비를 해야 했고, 그리고 심지어 영어로 전달해야 하다 보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 자리를 빌려 지도 교수님께 참회의 말씀을 드리자면, 영어로 하다가 너무 막히는 부분은 한국어로 설명했다... 그것이 학생들을 위하는 길이니까.. 아무튼 리허설까지 마치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지고 학생들을 맞이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강의는 큰 탈 없이 끝났고 2시간을 영어로 생각하고 떠드는 일은 무아지경 속에서 끝이났다.

 

많은 대학원생들은 어떻게 하면 교수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지만, 이 기회를 통해서 어떤 사람이 교수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학생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교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쁜 업무들 사이에서 (교수님들은 대학원생인 나보다 훨씬 바쁘실 것이다) 강의를 준비하고, 강의를 진행하고, 숙제를 채점하고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을 너무나 번거로운 일이다. 그리고 강의를 잘 못하면 피해를 받는 것은 내가 아니라 학생들이다. 그렇기에 학생을 사랑하지 않는 교수는 강의에 진심일 수 없고, 학생들은 그런 강의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 못할 것이다. 결국 그런 사람은 학문 후속 세대 양성에 실패한 교수라는 생각을 했다.

 

2022년 9월 30일의 2연강 강의 직후에 대린 나의 결론은

연구를 잘하는 사람은 연구자가 되어야 하고, 학생을 사랑하는 연구자가 교수가 돼야 한다

 

이렇게 배우고 나니 학부생의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들은 수업들 중에서 내가 교수가 된다면 본받아야 할 강의가 무엇이 있었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너무 힘들어서 욕한 과목도 있었고, 꿀통에 빠진 것처럼 쉬운 과목도 있었다. 만약 중간을 선택하지 못한다면 전자를 가르치는 교수가 될 것이다. 더 많이 준비하고, 더 많이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그럴려면 우선 연구를 잘하는 연구자가 되어야 겠다.

 

자투리 느낀 점

얼마 전 지도 교수님께서 학생들의 과제 발표에 대해서 코멘트/질문을 줄 때 발표의 허점을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이 아니라 학생이 성장할 수 있는 상냥한 질문을 하라는 조언을 주셨다. 날카로운 질문은 학회 가서 많이 하라는 말씀과 함께.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우선 교수님이 이렇게 깊은 고민과 함께 질문을 하셨구나 라는 놀라움의 뒤통수와, 어쩐지 대학원생이 되고 랩 미팅에서 느낀 교수님의 질문이 날카롭고 아프게 느껴졌는데 이런 이유였구나 하는 꺠달음의 뒤통수였다. 교수님, 저도 상냥한 질문 좋아합니다.

 

자투리 바라는 점

그리고 지도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을 매칭 하려고 무척이나 노력하셨는데, 나도 그렇게 노력은 했으나 마스크를 쓴 학생들을 인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 교수님이 강의를 하실 때는 마스크 없는 세상이 와서 얼굴 인식의 어려움이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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