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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H정전/대학원생활

LG TECH CONFERENCE 2023 후기 - LG는 가전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고 있었다

by 승공돌이 2023. 3. 17.

코로나로 인해 수년간 중단되었던 LG TechConference가 열렸습니다. 저도 대학원 5년 차에 처음 참여하는 행사이긴 하나, 이 행사는 매년 LG의 기술을 국내의 연구원 (대학원생)에게 소개하는 역사 깊은 행사라고 합니다. LG 전자를 포함한 LG의 계열사에서 진행 중인 연구, 기술 개발 수준, 문제 해결과 같은 주제를 연구원들에게 공유하고 인사이트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데 그 취지가 있는 행사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LG TechConference는 많은 분들에게 생소한 행사일 텐데, 이는 행사에 초청되는 인원이 연구직에 있거나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대학원 주무교수님을 통해서 행사 참여를 신청할 수 있었고, 지도교수님께서도 흔쾌히 허락해 주시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는 서울시 마곡에 있는 LG 사이언스파크에서 열렸고, 포항에서 올라가는 학생들에게는 이동 시간을 고려하여 마곡에 있는 숙박도 예약해 주셨습니다. 좋은 행사에 초청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인데, 이런 세심한 배려까지 해주신 LG 직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방 사립 공대에 다니는 대학원생을 세밀히 이해해주는 LG, 참고로 저의 형은 LG Twins의 팬입니다

LG 사이언스 파크에 도착하니 거대한 출입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LG 사이언스 파크는 난생 처음 방문하는 데다가, LG 계열사마다 연구동이 있어서 길을 잃을 뻔했는데, 멀리서부터 알아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 문을 지나가면 행사장에 본격 진입하게 됩니다.

오프닝 세션

오프닝 세션이 열리는 장소에 들어가니 전국 각지에서 온 대학원생들이 가득했습니다. 행사장 꽤 앞자리에서 찍은 사진인데도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느껴지네요. 이 행사에 LG가 얼마나 진심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사내 아나운서 분이 행사의 취지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해 주시고 행사 일정에 대해서 소개해주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중간중간에 LG에서 만든 자율 주행 로봇 클로이가 걸어(?) 나와서 행사 설명을 돕기도 했고, LG에서 만든 AI 디자이너 틸다도 진짜 사람처럼 행사 설명을 도왔습니다.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 양쪽에서 LG의 AI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LG의 로봇 "클로이"

 

LG가 키운 AI 디자이너 틸다

그러다가 갑자기 틸다가 LG TECH CONFERENCE가 있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을 소개해준다고 외치면서 화면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서 구광모 LG 그룹 대표이사 회장(님)이 걸어 나왔습니다. 선대 회장께서도 이 행사를 굉장히 소중히 여기시고, 대학원생 한 명 한 명 악수를 해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현 대표이사도 이렇게 행사장에 나타난 것을 보면 LG에서 얼마나 이 행사에 진심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꿈의 크기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말씀과 자신/기업의 가치를 사회로 환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신 게 인상 깊었습니다. LG 뽕 살짝 차려고 하잖아!

구광모 대표이사님의 연설 장면

테크 세션

테크 세션에서는 LG 계열사에서 진행 중인/진행 했던 기술 개발 관련 발표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총 5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하나의 세션의 두 개의 발표가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현업자의 입을 통해 논문을 통해서 본, 실험실에서밖에 구현해 본 적 없는 기술들이 어떻게 LG를 움직이고 있는지 들었습니다. 보안 관계상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글로만 후기를 남깁니다.

AI-driven manufacturing

대학원에서 산업공학을 공부하다보면 결함 탐지, 결함 예측과 같은 주제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제조 현장에서 수집되는 다양한 데이터로부터 미래에 발생할 결함을 예측하거나, 이전에 사람이 수작업으로 했던 결함 탐지를 컴퓨터가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 시간에도 수많은 연구자들이 데이터로부터 결함을 더 잘 탐지하고, 더 빠르게 탐지하고, 결함의 원인을 정확하게 추론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Manufacturing 과정에서 인간이 개입하는 부분을 최대한 줄이고 인공지능 (AI)를 통해 자동화하는 것은 모든 연구자들이 꿈꾸는 이상과도 같습니다. 

확실하게 느낀 점은 LG 계열사의 대규모 생산 시설에서 매우 많은 부분이 자동화에 성공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LG 디스플레이, LG 이노텍, LG 에너지솔루션과 같이 정밀한 기계/전자 제품을 만드는 곳뿐 아니라 LG 전자처럼 완제품을 만드는 곳까지 자동화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Inspection을 예시로 들자면, LG 디스플레이에서 만드는 디스플레이의 결함을 탐지하기 위해 이전에는 작업자가 육안 검사를 통해 결함이 있는 부분을 탐지하였다면, 이제는 영상 해석 기술을 통해서 결함이 있는 부분을 자동으로 검출하고, 심지어는 그 결함의 원인이 무엇인지 분류하기도 합니다. LG 에너지솔루션에서도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과정 중의 용접 공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탐지하고, 문제 중에서 정확히 어떤 문제인지 분류까지 하는 기술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기술 자체는 대단히 어렵지는 않습니다. 저와 대학원 과정의 친구들도 충분한 데이터만 주어진다면 몇 달만 고생하면 (운 좋으면 몇 주) 관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기술 구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적용된 기술이 끊임없이 운영되도록 제어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Data로부터 Value를 뽑아낸다는 말은 이제는 구시대적인 말 같지만, 아직도 생산을 담당하는 많은 분들이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Data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기 위해서 투자하는 금액이 어느정도의 value를 가져오고, 어떤 cost reduction을 가져오는지 이해하기 힘들거든요. 그렇기에 국내 대기업이 성공적인 macturing 자동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은 저에게는 굉장히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결함 탐지를 연구하는 사람이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구축되어 있다는 말과 동치였거든요. 

AI-driven production

한편, Production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뿐 아니라 제품 및 서비스를 기획, 영업, 판매, 유지 보수하는 전 과정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생산 전/후의 과정을 케어한다는 점에서 manufacturing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제품을 기획해야 성공하는가, 어떻게 영업해야 성공할 수 있는가, 판매 후에는 어떻게 유지보수 해주는가는 이전에는 자동화하기에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인식되어 왔습니다. 앞의 두가지 사례는 인간의 창의성이나 네트워킹 방식에서 value가 창출되고, 마지막 사례는 흔히 말하는 A/S를 통해서 value가 창출되는 과정으로 인식되어 왔으니 말이죠.

그런데 LG에서는 이러한 부분에서도 AI를 통해서 상당 부분 자동화에 성공했습니다. 특허 분석을 통해서 (우리에게 친숙한 gpt 계열의 자연어 처리가 쓰였으리라 예상합니다) 현재의 기술 개발의 트렌드를 파악해서 제품 기획에 반영하는 부분은 "트렌드"라는 정성적인 개념을 기계가 도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떤 주문에 어떻게 영업할 것인지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략을 짜고, 어떤 A/S 부품이 필요할지 미리 예측한다거나, 어떤 고객이 어떤 A/S를 요구할 것인지 미리 예측하는 기술은 manufacturing만 공부했던 저에게는 정말로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manufacturing 문제는 production과 비교하면 정말 쉬운 문제입니다..)

특허 분석이나 고객 데이터 컴파일링과 같은 기술도 역사가 짧은 연구 분야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을 실제로 적용하고, 의사 결정자가 AI가 내린 결론을 받아들이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그리 쉬운 것도 아닙니다. 이것을 실제로 적용하는 성공 사례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연구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는 것이라 느꼈습니다.

MLOps/DataOps를 통한 AI 구현 환경 구축

앞선 두 가지 주제가 데이터로부터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분석에 해당한다면, 이번 주제는 분석을 하기 위해서 백앤드에서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에 대한 주제입니다. 고사양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하는 게임을 해보신 분들은, 모 게임은 "최적화가 안되서" 충분히 좋은 컴퓨터로도 플레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을 겁니다. 게임 최적화를 조금 더 깊게 설명하면, 어디에 데이터를 저장해 두고, 불러오고, 데이터를 어떤 컴퓨팅 자원에서 처리할지 할당하고, 처리된 결과물을 어떻게 다시 합쳐서, 어떤 경로를 통해서 전달할 지의 과정을 최적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건 일반적으로 16GB 램에서 돌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의 간단한 문제입니다.

테크 세션의 발표에 따르면 LG에서 다루는 데이터의 규모는 PB (10의 15승 바이트 = 1,000,000 GB) 단위입니다. 이정도의 대규모 데이터를 다수의 분석자가 사용하기 위해서는 백앤드에서 엄청난 최적화를 필요로 합니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고 다시 저장하는 일련의 과정을 위해 어떤 표준화 방식을 쓸 것인가, 어떤 flow/process/pipeline으로 연결할 것인가, 어떤 처리 엔진을 쓸 것인가 등 (현업에서는 stack을 쌓는다고 표현한다고 합니다)에 대해서 LG의 사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개인용 PC에서 AI를 구현해 본 경험뿐이어서 저 과정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긴 힘들었습니다. 전공자분들이 들으셨다면 이 과정에 대해서 흥미를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Why AI-driven?

테크 세션에서 많은 기술들이 흥미로웠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한 연사분이 말씀하신 왜 이런 연구를 하는가에 대한 이유였습니다. 간단했습니다. "사람에게 더 많은 자유시간을 벌어주어서 행복을 증진하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이 말은 많은 의미를 함유합니다. 이제 제조업은 더이상 "사람을 갈아 넣어서" value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영 철학에 녹였다는 것, 그리고 그 목적이 단순히 기업 가치나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인류애에 있다는 것이죠. 긴 시간이 흘러서 LG TECHCONFERENCE 2023를 회상한다면 이 내용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을 것입니다. 

네트워크 세션

행사 맨 마지막에는 네트워크 세션이 있었습니다. 하나의 큰 공간에 오늘 발표를 진행하신 LG 직원분들과 참여자 대학원생들이 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대화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은 이런 문화가 저한테는 익숙하지 않아서 곤혹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우리 학교 선배 출신인 상무님께서 저를 알아봐 주시고 테이블로 초대해 주셔서 한 시간 동안 자유롭게 말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LG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대하셨는지, 지금까지 기술적으로 겪은 어려움과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에서 일구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며 장기 목표는 무엇인지까지 정말 날 것 그대로 대화했습니다. ㅎㅎ 상무님께서 찍으신 사진을 직접 카톡으로 받은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네요. (놀랍게도 빨간 넥타이가 저입니다... 학회 가는 차림으로 갔어요)

상무님과 한자리에서

네트워크 세션이 끝나고나니 어느새 시간은 오후 7시가 되어갔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꽉꽉 차있는 일정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이고 앞으로 LG 사이언스 파크가 서울에 있는 이상 서울에서만 열리겠지만, 대한민국에서 제조업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는 산업공학도들은 꼭 한 번쯤은 참여했으면 하는 행사였습니다. 학회라고 생각해도 발표 퀄리티도 웬만한 국내 학회보다 높고, 게다가 발표자들을 강제로 네트워킹 세션에 참여시켜서 (ㅋㅋㅋ) 발표 시간에 못 여쭤본 질문까지 몰아서 할 수 있는 학회거든요. 1박 2일이 전혀 아깝지 않은 훌륭한 행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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