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포항공과대학교 (이하 POSTECH)의 국가 기관 과제의 학생 인건비 계상 기준액이 높아졌습니다. 2022년 8월 1일 기준으로 변경되었으니, 2022학년도 2학기 학생들의 인건비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대 참여율 100%를 기준으로 학사과정 학생은 100만 원에서 130만 원으로 30% 증가, 석사과정 학생은 180만 원에서 220만 원으로 22% 증가, 박사과정 학생은 25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20%가 증가하였습니다. 학생 인건비 계상 기준액이 한순간에 매우 높아진 것 같지만, 사실은 2008년 이후로 처음으로 증가하였습니다. 달리 얘기하면 대학원생의 월급 인상이 14년만에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생 인건비 계상 기준액과 참여율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학생이 연구 과제에 쓰는 man-power가 몇 % 인지 설정하고, 그 기준에 맞추어서 %를 곱한 금액을 인건비로 받는 것입니다. 예컨대, 박사 과정 홍길동 학생이 A 연구 과제에 본인의 man power의 40%를 사용하고 B 연구 과제에 20%를 사용하고 나머지 40%는 수업을 듣는 데 사용한다고 가정한다면, 홍길동 학생은 학생 인건비 기준액 300만 원 * (A 연구과제 40% + B 연구과제 20%) = 180만 원을 월 인건비로 받게 됩니다. 따라서 인건비 기준액 상향은 학생 인건비의 상한을 높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이건 POSTECH에 국한된 이야기이고, 대부분의 국내 대학원은 상향 전 POSTECH의 인건비 기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많은 대학이 동일한 기준을 가지게 된 것은 과학기술정부통신부에서 고시한 학생인건비 계상 기준에 맞추어서 기준을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문건은 두번째 줄의 "금액 이상으로 정한다"입니다. 달리 해석하면 국가에서 정한 학생 인건비의 최저 수준에 딱 맞추어서 대학이 인건비 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건비 기준 상향 POSTECH 대학원 학생회 차원에서 학교에 오랜 기간 인건비 기준 상향을 요청하였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요청 과정에서 많은 학생들이 어차피 본인은 100% 금액 받지 못하고 있는데 저 기준을 높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일부 부유한 연구실을 위한 기준 상향이 아닌가라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00%를 다 받지 못하더라도 인건비 계상 기준은 높아져야 합니다. 이는 지나치게 낮게 평가된 인건비 기준은 학생들의 연구 근로에 대한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급 12,000원에 일 8시간을 근무하는 근로자가 급여로 대략 250만원을 받게 됩니다 (주휴수당 포함). 따라서 250만 원의 학생 인건비 계상 기준은 박사과정 학생의 연구의 가치를 시간당 12,000원 수준으로 설정했다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하루에 8시간만 연구하는 박사과정 학생 많이 없고, 등록금까지 납부하는 것을 생각하면 학생의 연구에 대한 가치 절하는 더 심해지게 됩니다. 교만한 생각이라 느끼실 수도 있지만, 학사나 석사 학위를 받고 근로하시는 분들이 받으시는 연봉과 비교해봐도 석사 학위 이상의 박사 과정 학생의 연구 근로의 가치가 시간당 12,000원이라는 것은 턱없이 작은 금액입니다.
혹자들은 "돈 벌려고 대학원에 들어갔냐"라고 지적하시기도 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대학원생은 학문을 배우고 연구하는 방법을 수련하기 위해서 대학원에 입학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man-power의 100%를 모두 연구 프로젝트에 할애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업을 듣기도 하고, 자신의 학위 논문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턱없이 낮은 학생 인건비 기준 금액 때문에 참여율이 높게 평가되기도 합니다. 아마 100%를 받는 학생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스템 상 이 학생은 생활하는 모든 시간을 연구 과제 수행을 위해서 할애하는 것처럼 등록되게 됩니다. 낮게 평가된 인건비 기준 때문에, 되려 "돈 벌려고 대학원에 들어간" 학생이 되게 됩니다. 인건비 계상 기준 상향 전후로 받는 인건비에 변화가 없더라도, 학생 연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참여율을 낮추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에 부합하는 참여율 산정 방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학교에 이런 변화가 있다는 것은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기쁜 일입니다. 다만 이런 변화가 너무 늦게 찾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함께 남습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생활이 힘들정도로 적은 인건비를 받는 대학원생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POSTECH은 교원들에게 학생 인건비를 지나치게 적게 지급하지 않게 하도록 최저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설정하였습니다. 저는 이러한 우리 학교의 정책이 대한민국에서 대단한 사례가 아니게 되길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원생들이, 특히 철학, 어문, 예술계열과 같이 인건비를 받기 힘든 대학원생들이 수학 과정에서 연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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