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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H정전/대학원생활

국제학회에서 느낀 산업공학의 다양한 연구 방향

by 승공돌이 2022. 10. 24.

이번에 좋은 기회를 얻어 INFORMS (Institute for Operations Research and the Management Sciences) 학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INFORMS Annual meeting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INFORMS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산업공학, 경영공학 학회로서 전 세계에 무려 12,000 명 이상의 산업공학도가 소속되어 있습니다. 이번 Annual meeting에는 대략 6000명의 산업공학도가 Indianapolis에 모였고, plenary 세션과 parallel 세션의 다양한 발표를 들으면서 느낀 산업공학의 대략적인 흐름에 대해서 정리하고자 합니다. 수십 개의 parallel 세션이 동시에 열리는 학회인 만큼 이 글은 순수하게 제가 느낀 점을 중심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Sustainability (지속가능성)의 중요성

ESG 경영이 중요해주면서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번 학회에서도 산업공학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는지에 발표가 눈에 띄었습니다. 화학(공학)이나 기계공학에서 지속가능성을 연구한다면 새로운 소재의 개발이나 가공 기술의 발달을 통해서 환경 파괴를 억제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 학회에서는 공급망을 최적화하여 시스템 전체에서 낭비 (waste)를 최소화하는 방법론에 대한 개발이나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자원 활용을 억제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전자의 경우 제품 생애 주기 관리 (Product lifecycle management)의 주제로 이전부터 많은 연구가 되어왔었는데, 이번 학회에서는 제품 생애를 더 세분화하여 각각의 생애 단계 별로 어떤 종류의 낭비가 발생하고 어떤 자원이 활용되는지를 분석하는 연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공급망을 vertical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공급자끼리의 교환이 가능한 horizontal 한 방향까지 통해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방법도 눈에 띄었습니다. AI를 활용한 잡초 센싱으로 제초제 사용을 최소화하는 연구에 대한 간략한 소개도 있었네요. 

특히 6000여명의 참여자가 모두 듣는 Plenary 세션에서는 "The life and death of your jeans"라는 주제로 우리가 생각 없이 소비하는 의류가 지구를 얼마나 파괴하는지 제품 생애 주기별로 분석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의류의 원재료는 어디서 오는지부터 시작해서 organic 한 것이 sustainable 하지 않다는 새로운 사실을 배울 수 있었고 (화학 비료의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 때문), 폐 플라스틱을 활용한 의류가 "가장 친환경적인" 재활용은 아니라는 역설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섬유는 결국 버려진다, 그러나 계속 재활용된다면 버려지지 않는다.
이렇게나 많은 의류가 버려지고 있다

국내에서 산업공학 관련 학회를 수 차례 가보았지만, 아직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INFORMS 만큼은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국가이기 때문에 제조 분야에서 산업공학이 기여하는 부분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는것 같고, 국내 물류는 지속가능성보다는 "빠르고 정확한" 물류 방법에 대한 연구의 수요가 더 많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은 인류가 당면한 과제이고 "산업"공학이 이 큰 흐름에서 결코 빠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 학회에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Cloud manufacturing도 비슷한 관점의 연구인데, 다음 학회에서는 sustainable manufacturing을 주제로 발표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컴퓨터과학과 산업공학의 조화

최근에 산업공학의 연구와 Computer Science (컴퓨터과학; 우리나라에서는 컴퓨터공학이라는 용어가 주로 쓰임)의 연구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컴퓨터과학에서 나온 다양한 알고리즘을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하는 연구가 많고 그 과정에서 문제에 적절하게 알고리즘을 변경하는 연구가 파생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산업공학이 컴퓨터과학에 조금씩 잠식되어가는 (?)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번 학회에서 산업공학이 컴퓨터과학에게 잠식되는 것이 아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산업공학도가 지나치게 CS만 바라볼 필요만은 없는 이유

마찬가지로 plenary 세션에서 발표된 내용을 잠시 가져올까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포스트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복잡함보다는 간단한 모델을 쓰라.. 하지만 어떻게?

지도교수님의 은총으로 분수에 맞지 않는 해외 학회를 올 기회가 생겼습니다. 참여한 학회는 매년 미국 산업 공학회 (이하 INFORMS)의 회원이 전부 모일 수 있는 annual meeting이었고 전 세계 6000명의

success-now.tistory.com

간단히 요약하자면 인간의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엄청나게 복잡한 알고리즘과 간단한 알고리즘의 성능을 비교하면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우리는 이제는 해석가능하고 간단한 모델을 찾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발표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아주 조금의 분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분류기 조정에 힘쓴 적이 있습니다만, 아주 조금의 성능 향상이 과연 산업적으로 유의미한 발전을 가져왔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CS 연구에서 개발된 다양한 방법들을 폭넓게 익히고, 그것을 어떻게 산업 발전에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마지막으로는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나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연구가 될 수 있음을 이번 학회에서 강조하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기존의 알고리즘 성능 향상 연구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결정 주체는 인간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과연 컴퓨터가 출력하는 결과물로부터 어떻게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눈에 띄었습니다. 최근에 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모든 것을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백앤드에서는 인공지능 출력한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의사결정할 것인가는 인간이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과연 인공지능과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협업해야 하는가 (Human-Computer intergration)에 대한 연구들이 상당히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심지어는 AI 기반의 의사결정 로봇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 인간이 로봇에게 신뢰를 잃게 하지 않으려면 로봇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연구도 있었습니다. 정량적이기만 한줄 알았던 인공지능 연구에 인간이 개입하니 정성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놀란 발표였습니다.

평등한 공학에 대한 연구

공학이라고 하면 딱딱한 학문이라는 느낌이 있는데, 이런 편견을 깨드려주는 세션도 있어서 눈에 띄었습니다. 예를 들면, "환경 보호를 위해 전기비를 많이 쓰는 집에 페널티를 줘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연구를 해보니 가난한 집은 단열이 좋지 않아서 이른 가을부터 난방을 활용할 수밖에 없어서 전기비를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라는 답변을 하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별 중간값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지표를 개발한 연구였으나 여기서는 생략!). 아울러 이제는 최적화 문제에서 평등함을 목적 함수에 추가하여 평등까지 고려한 최적화를 해야 한다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평등 지표로서 지니 인덱스 최소화를 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네요

평등함을 정량화하여 분석하는 시도는 진정으로 평등한 사회를 앞당길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되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가 정의되면 그것을 잘 푸는 것은 지난 3 세기동안 산업공학이 최선을 다해 연구한 분야이기에, 평등함 최적화 문제만 정의된다면 그것을 푸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사회 정책 분야를 연구하는 분들은 이미 풀고 계신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산업공학 관점에서 풀 수 있는 문제 (위 그림에서 convex를 강조한 이유는 풀 수 있는 문제를 정의하기 때문)로 평등함 문제를 정의하는 게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정리하자면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 알고리즘과 인간의 조화 문제, 평등함 문제와 같은 문제들을 산업공학의 방법으로 풀려는 시도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연구들 말고도 공유 경제 최적화, 집단 지성 최대화, 드론 물류 최적화와 같이 사람들의 연결이 증대되거나 신기술이 상용화되며 생기는 새로운 문제들을 풀려는 시도들도 굉장히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이 넓은 산업공학의 세계에서 얼마나 먼지같은 존재인지 깨달은 학회였고, 먼지가 세상의 지식을 조금이라도 넓히려면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학회였습니다. 내년에도 참여하게 된다면 다른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지지 않을 발표를 하고 싶습니다!

 

필자 소개

필자는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학과에서 석박사통합과정에 재학 중이다. 학부 시절 연구에 대한 관심이 없었으나 훌륭한 지도교수님을 만나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였다. 국내 반도체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다단계 제조 공정의 공정 개선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현재는 기계학습, 최적화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여 네트워크화된 공정의 관리 방법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아직 1 저자 논문은 없으나 국제 저널에 열심히 문을 두들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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