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자가 되자
내가 연구실 컴퓨터에 설정해둔 배경화면의 글귀이다. 담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가겠다는 나의 마음을 담은 글귀이고 방황하는 순간에 나를 다잡기 위해 배경화면으로 설정해두었다. 누군가 이 글귀를 보고 나서 처음 한 말은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산업공학이 아니라 다른 연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 말을 풀어서 쓰자면, 화학과에 가서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거나 세상을 뒤집을만한 물리학의 업적을 만드는 것이 인류의 문제 해결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것이다. 산업공학을 5년간 연구한 사람으로서 산업공학의 가치가 폄하되었다는 점과 내 목표를 조롱거리로 삼았다는 점에서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말다툼으로 이어가기보다는 산업공학도 분명히 어딘가에서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간단한 대답으로 대화를 마쳤다.
천천히 생각해보니 그는 나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작은 기여들도 모이면 가치가 있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는 큰 목표에는 큰 기여들만이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예를들면, 나는 누구나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면 환경 파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고, 그는 미국 같은 나라가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분리수거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의 가치관에 일부 동의한다. 작은 가치들을 모으는 것 보다는 큰 가치를 한 번에 모으는 것이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경우가 분명히 있다. 확실한 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작은 가치들을 모으는 것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며 작은 가치가 모여서 큰 가치를 만드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B2C 기업과 B2B 기업이 비슷한 비유가 될 수 있으리라. 스마트폰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스마트폰 생산 업체와의 납품 거래를 통해 이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스마트폰 생산 업체는 완제품을 생산하고 그것을 개별 소비자에게 판매하여 이윤을 만들어낸다. 부품 업체는 큰 거래 한 건으로 큰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이고, 완제품 업체는 소비자 한 명 한 명에게서 나오는 작은 가치들을 모아서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경우로 볼 수 있다. 개별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이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완제품 업체는 작은 이윤을 모아서 큰 이윤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마찬가지이다. 일론 머스크처럼 전기차 붐을 일으켜서 환경오염을 지연할 수도 있지만, 자차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작은 노력들이 모이면 환경오염을 더욱 줄일 수 있다. 새로운 화학 물질을 만들어서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만, 기존 산업 시설의 Loss를 1% 줄이는 산업공학 기법이 모여서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작은 것들을 모아서 크게 만드는 것, 그것은 하나의 큰 것보다 더욱 거대해질 수 있다.
다만, 작은 가치들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 그것이 scailable한 것인가, 모두가 작은 가치를 창출하도록 어떻게 유인할 것인가는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다. 모두가 내가 개발한 산업공학의 방법을 적용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것으로부터 가치가 창출되고 함께하면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어떻게 설득할지, 내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자가 되어 큰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 정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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