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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H정전/대학원생활

[Unofficial] 국립대 교수와 사립대 교수와의 차이

by 승공돌이 2023. 11. 5.

학회에 참석해서 교수가 되신 선배들, 교수를 준비하는 선배들을 만나서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교수가 된다는 것은 단순하게 하나의 커리어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몸담을만한 조직을 선택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조직에서도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구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교원을 임용한다는 것은 매우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평가할 수밖에 없고, 우리 주변에 계신 교수님들은 (때로는 동네 아저씨처럼 친숙해 보이더라도) 혹독한 평가 체계를 이겨내신 대단한 분들입니다.

제가 들은 재미난 얘기는 국립대학교의 교원과 사립대학교의 교원의 삶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아래 그림은 제가 들은 얘기들을 종합하여 정리한 국립대학교 교원과 사립대학교 교원의 시간에 따른 노력의 누적량을 개념적으로 설명합니다.

어쩌면 내가 살게 될 교원의 길..

기본적으로 사립대학교에서 요구하는 테뉴어 심사의 기준이 국립대학교의 그것보다 어렵다고 합니다. 어렵다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달성해야 하는 성과의 양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비슷한 수준의 사립대학교와 국립대학교가 있다면, 테뉴어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 필요한 성과의 양이 사립대학교가 더 크다고 합니다. 단순하게 학술지 논문, 학회 발표만 많이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학과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 국제 학회에서 다양한 직을 하는 등의 성과도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사립대학교의 테뉴어 심사 기준이 매우 정성적이라는 점입니다. 이 점이 많은 교원들을 스트레스받게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논문 실적에 대해서 국립대학교는 연평균 몇 편 이상, 1 저자 논문 몇 편 이상과 같은 정량적인 기준으로 심사하기 때문에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이 테뉴어 심사에 통과할지 여부를 대략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립대학교는 정성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합니다. 본인이 충분히 학과 교육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더라도 학과 교수님이 '왜 이것밖에 기여하지 못했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고, IF가 높은 논문을 많이 쓰더라도  다른 교수님들이 생각하기에 질적으로 낮은 논문들이라면 학술지 논문 실적에서 낮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립대학교의 시스템은 젊은 교원이 테뉴어를 통과하기 위해서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신 단점이라고 하면, 테뉴어 심사를 위해 불태운 후유증(?)으로 테뉴어 이후에 연구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교원들이 왕왕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국립대가 개꿀 아니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국립대의 경우 연구 성과가 아무리 탁월하다고 해도 교원이 가져갈 수 있는 인센티브가 사립대의 그것보다 훨씬 작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성균관대학교는 네이처, 사이언스 급의 저널에 논문을 실으면 수천만 원의 성과급을 준다고 합니다 (블라인드에서 본 거라 부정확함..). 그러나 국립대학교에서는 그런 엄청난 인센티브를 기대하긴 힘듭니다. 아무리 교수라고 할지라도 일단은 공무원이기 때문이겠지요.  한편, 국립대 교수는 공무원 연봉 상승에 맞추어서 꾸준히 연봉이 상승해 왔으나 (기본급), 사립대의 경우 수년째 동결인 대학이 꽤나 많다고 합니다. 이런 사유로 국립대의 교원들은 임용부터 은퇴까지 (사립대학교에 비교하면) 비교적 꾸준히 연구 성과를 만드는 경향이 있고, 사립대의 경우 테뉴어 심사까지 엄청나게 달리다가 그 이후로는 성과에 대한 욕심에 따라서 교원 간의 연구 성과의 양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 중 하나는, 사립대학교는 주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교수라도 주인에게 찍히게 된다면? 그 미래는 쉽게 예측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교원이 된다는 것은 단순하게 연구만 잘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르치기도 잘해야 하고, 제자도 잘 키워야 하고, 학과에 봉사도 하고, 단체 활동도 많이 해야 하고, 이것저것 바쁜 중소기업 사장님 같은 느낌입니다. 만약 기회가 닿아 교수가 된다면 이 글을 다시 인용하면서 "실상은 이렇다!"라는 내용의 글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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