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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H정전/대학원생활

산학 장학생의 학생 인건비는 할인해도 됩니다(?)

by 승공돌이 2024. 7. 1.

학위 논문까지 도서관에 제출한 마당에 대학원에 만연한 인건비 할인 제도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한다. 대학원생의 인건비는 내가 알기로는 크게 3 개 섹션에서 나올 수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교비 (자체, 학과, 조교 수당 등..), 연구비 내 학생 인건비, 사업비 (BK 사업 같은 거). 사실 대학원생 입장에서 본인이 받는 인건비가 어느 재원에서 나오는지는 알기 힘들다. 예를 들어, 인건비로 200만 원을 받았는데, 그것이 조교수당으로 200 만 원이 나온 건지, 참여 중인 연구 과제의 학생 인건비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많은 연구실의 대학원생 인건비 책정 과정은 정부에서 요구하는 (기준 인건비 * 참여율)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부여하는 것이 아닌 지도 교수의 재량에 의존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사제 지간에서 인건비를 가지고 협상하는 것은 제자 입장에서 정말로 어려운 일이기에 '교수님께서 뜻이 있으시기 때문에 이렇게 책정해 주셨구나!'라는 생각으로 대학원 생활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여기서 나의 지도교수님을 기습숭배하자면, 나는 대학원을 다니는 내내 인건비가 부족해서 아쉬웠던 적은 단 한 학기도 없었고, 심지어 앞으로 문제 삼을 산학 장학생 인건비 할인도 없었다. 당연히 교수님 몰래 산학 장학생을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교수님께서는 내가 장학생인 것을 다 알고 계셨다. 사실 나에게는 산학 장학생 인건비 할인이 일어난 적 없기 때문에, 주변에 할인 당하는 대학원생이 이렇게 많은지도 몰랐다.

 

여기서 말하는 산학 장학생 할인이란, 학생에게 지도 교수가 원래 학생에게 X 원이라는 인건비를 책정해서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이 Y 원의 산학 장학금을 받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학생 인건비를 max(0, X - Y) 원으로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 온전히 Y 원을 다 깎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깎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할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교원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은 포스텍에서 2024년에 시행한 대학원생 대상 설문조사에서 드러난다. 꽤 많은 학생들이 산학 장학생 인건비 할인 제도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였고, 포스텍 대학원 총학생회에서는 해당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문의를 대학 측에 제기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학원생 대상 설문조사 문의 내용에 대한 답변 (포스텍 대학원총학생회)

https://gsa.postech.ac.kr/community/notice/?mod=document&uid=733

Q. 산학장학생/외부장학생, 기업과제참여학생의 인건비 문제
A. (입학학생처-학생지원팀) 대학의 연구활동은 기본적으로 연구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산학장학생 등의 인건비 문제는 연구실 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연구실의 운영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실의 운영은 연구책임자인 교수의 책임 하에 운영이 되는 구조로 대학에서 직접 관여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인건비가 줄어들어서 포효하는 대학원생

 

짧지만 한 번 더 짧게 추리자면, "학생 인건비는 교수 재량이니까 학교에서 못 건든다." 정도가 될 것이다. 이러한 할인 제도에 대해서 학생 측과 교수 측의 첨예한 갈등은 하이브레인넷이나 김박사넷에서 아주 빈번하게 찾을 수 있다. 첨예한 논쟁 속에서 오가는 말은 많지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산학 장학금은 산학 장학금이고, 학생 인건비는 학생 인건비다. 일한 만큼 인건비를 책정해야지 장학금만큼 깎는 기괴한(?) 계산법은 이해할 수 없다.
- 산학 장학생 A 군

 

 

학생의 산학 장학금은 학생 혼자서 따낸 것이 아니다. 나와 내 연구실의 후광이 없었다면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니 산학 장학금 (혹은 그 일부) 만큼의 금액을 인건비에서 공제하는 것은 적절하다.
- A 군의 지도 교수 C 교수님

 

양쪽의 의견이 자강두천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주제이다. 인건비와 장학금이 별도라는 말도 맞고 아직 포텐셜만 가지고 있는 학생이 산학 장학생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연구실에서 지도받아서 졸업하겠다'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 (어쩌면 평생) 학생을 지도하지 않은 내 입장에서는 C 교수님의 의견에는 상당한 로지컬 갭이 존재한다고 느껴진다. 구체적으로는 연구실의 후광이 있는 것과 산학 장학금의 일부를 공제하는 것 사이에서 구체적인 명제가 하나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것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구체적인 근거를 찾기 위해 전지전능한 ChatGPT에게 물어봤다.

GPT의 응답은 다음과 같다. 산학 장학금의 목적이 회사와 연구실 간의 협력 관계 증진인 경우는 major하지 않으므로 2번을 제외하면 꽤나 의미 있는 답변이 나왔다. 역시 GPT는 신이다.

 

1. 연구실 및 교수의 기여
학생이 산학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연구실 및 교수의 기여가 중요하게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요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연구실 인프라 제공: 연구실이 제공하는 장비, 자원, 데이터베이스 등은 학생의 연구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도와 멘토링: 교수는 학생에게 연구 방향을 제시하고, 연구 방법론을 지도하며, 논문 작성 등에서 중요한 조언을 제공합니다.
네트워크: 교수가 가진 산업체와의 관계나 학계 네트워크는 학생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넓혀줍니다.
2. 산학 장학금의 목적
산학 장학금의 목적은 학생 개인의 학문적 성취뿐만 아니라 해당 학생이 속한 연구실이나 교수와의 협력 관계를 통한 발전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장학금이 단순히 학생 개인의 성과에 의해서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며, 연구실의 성과와 협력 관계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됩니다.
3. 장학금의 사용 용도
장학금이 학생 개인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 외에도, 학생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목적도 포함된다면, 해당 금액을 연구실 인건비에서 공제하는 것이 연구실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실 운영비 충당: 장학금의 일부를 연구실 운영비로 활용함으로써, 연구실의 재정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추가 연구 기회 제공: 연구실 재정이 안정되면, 다른 학생들에게도 더 많은 연구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연구실이 잘 되어서 학생이 산학 장학생이 잘 될 수 있었던 거고, 연구실이 잘 되는게 학생의 성장에도 좋다"라는 근거인 것 같다. 달리 얘기하면, 원래 산학 장학생이 선발되면 일정 수준 금액은 연구실에서 가져가는 게 맞고, 그만큼을 학생 인건비에서 충당하는 과정이 인건비 할인처럼 느껴질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추가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학생 인건비에서 충당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에 대한 것이다. 

 

첫 번째 문제점은 절차적 타당성에 대한 것이다. "연구실에서 가져가야할 금액"만큼 학생 인건비가 할인되었다면 net income은 의도대로 계산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학생 인건비에서 직접 가져가야 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진 않는다. 당연히 이런 주장에 의해서 산학 장학금의 일부 혹은 전부를 연구실에서 가져가야 한다면, 산학 장학생의 계약 자체를 학생이 가져가는 항목과 연구실이 가져가는 항목을 명확하게 분리해서 납입받는 것이 적절하다. 마치 연구재단의 글로벌 박사 사업에서 학교에서 간접비를 일부 떼가는 것처럼, 연구실에서 일부를 가져가는 형태로 계약이 되는 것이 적절하다. 

 

(아마도) 할인 제도의 본래 취지와 현제의 실행 모습

 

두 번째 문제점은 그 재원에서 본래 받던 인건비의 일부를 할인하는 것 자체가 적절한지에 대한 부분이다. 사실 산학 장학생의 full name에는 대여 장학생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1) 일단 졸업할 때까지는 돈을 빌려주는 거고, (2) 학생이 졸업해서 회사에 입사하면 부채를 탕감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에 학생이 산학 장학금을 받는 회사에 입사하지 않는다면 온전히 받은 만큼 회사에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즉, 부정적으로 얘기하면 미래를 담보로 받는 장학금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미래를 맡긴 상태로 받는 금액인데, 원래 받는 인건비에서 이를 할인한다는 것은 다소 억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래라는 단어에 화가 나시는 교수님들도 많은 것 같다. '인건비 맡겨놨냐'는 식으로... 그래도 산학 장학생 안 했으면 지급해 주셨을 인건비 아닌가..)

 

이러한 적절성과는 무관하게, 어떤 형식이 되었든 산학 장학생인 학생이 인건비 할인을 받게 되는 상황에서 지도 교수님에게 대들 수 있는 상황은 정말 정말로 발생하기 어렵다. 어렵다는 넘어서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제간 갈등은 내가 알 던 것보다 훨씬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 같고, 단순히 교수의 연구실 운영 방침 재량에 맡기는 것은 이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어떤 방식의 해결이 되었든, 적어도 절차적 타당성만큼은 보호받는 방향으로 산학 장학생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연구실의 기여가 몇 %이기 때문에, 이만큼은 연구실에서 가져간다는 내용의 절차만 추가되면 더 의미 있는 논의가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아무쪼록 나의 후배들은 보다 투명한 환경에서 연구에 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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