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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H정전/마음 끄적

문제가 복잡하면 결국 좋은 메신저가 승리한다 - 의대 정원 이슈를 바라보며

by 승공돌이 2024. 2. 23.

연일 의대 증원과 이와 관련한 전공의들의 파업에 대한 뉴스로 혼란스럽다.
 
의대 증원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정부의 논조는 (1) 지금 이미 부족한 상태이며, (2) 앞으로는 더 부족해질 것이기 때문에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1]. 이 외, 필수 및 지방 의료 활성화를 위해서는 의사 수를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국민의 85% 이상이 의대 증원을 찬성하며 의사들의 파업을 반대한다는 점도 함께 보이고 있다 [2]. 게다가 이러한 결정에는 1년 이상 130 차례 이상의 협의를 통해 결정되었다는 점을 통해 행정부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의사 협회의 갈등

한편, 의사들의 의견은 사뭇 다르다. 2023년 10월의 서울시의사회 대상 설문 조사 [3] 와 2023년 11월 대한의사협회 회원 대상의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4], 의사들은 이미 의사 수가 충분하며, 미래에도 인구 감소로 인해 의사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의사 과잉 공급은 의료비 증가, 의료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정책이 실제로 필수, 지방 의료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우며 일본 등의 사례를 통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무의미한 정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한 쪽은 의료 질 향상을 위해 증원한다고 하고, 한쪽은 의료 질 하락을 막기 위해 증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쪽은 지방 의료 활성화를 위해 증원한다고 하고, 한쪽은 지방 의료 활성화에 의미 없기 때문에 증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각의 주장에는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근거와 논거가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누구의 말이 맞는지 판단을 할 수 있다. 판단까지는 아니더라도 기호 (?)까지는 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이해관계자가 많고 복잡한 문제에 대해서 사람들이 그런 것 까지 찾아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솔직히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바쁜 게 인생인데 의료정책연구원에서 펴낸 보고서 보고 OECD 보고서 보고 하겠나. 그저 관련 뉴스 있으면 헤드라인 보고, 그날 따라 관심이 더 생기면 본문까지 보는 게 일반적인 행태가 아닐까 싶다. 정말 할 일 없는 대학원생들이나 관련 보고서를 굳이 찾아본다. 왜냐면 연구 안 할 때 유튜브 보는 것보다 양심에 덜 가책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문제에서 주도권은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에 의해서 결정되게 된다. 첫 번째로 선호받는 메신저였기에 주도권을 잡는 경우가 있다. 선거라는 복잡한 문제를 연예인의 선택을 따라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5]. 두 번째로 미움받는 메신저였기에 메시지가 버림을 받는 경우가 있다. 특정 정치인이 말만하면 일단 반대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오죽하면 "모든 것이 노무현이 하는 것을 반대하면 다 정의라는 것 아닙니까"라는 노 전 대통령의 설움이 담긴 어록까지 나왔겠는가.
 
나야 고등학교 때 공부를 그냥 저냥 해서 지방 사립 공대에서 공부 중인 학생이지만, 의사인 친구나 선후배들도 있어서 이 문제에 대해서 나름대로 중립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이렇게 말하는 놈들이 편향된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내 경험이긴 하지만..). 그런데 국민들의 시각은 완전히 反 의사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은 국민들에게 미움받는 메신저였고 그렇기에 이번 여론전에서 압도적으로 패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 결과가 어쩌고 자시고 하는 말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의사들이 뭐라고 말을 하든 달리는 댓글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문구들의 조합이 달린다.
 

  1. (optional) 노력을 인정
  2. 특권에 대한 지적
  3. 자극적인 의사들의 사례 열거
  4. (mandatory) 의사 수 늘어나면 경쟁이 늘어나서 특권이 줄어들까봐 저러는 거다.
온라인 공간에서 비난 받는 의사들

 
그리고 이 댓글은 압도적인 추천을 받아서 상위 랭크에 포진되어 있다. 유사하게, 수술실 CCTV 설치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의사들은 여론전에서 압도적으로 패배당했다. 이는 국민들의 대부분이 의사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품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실제로 이러한 경향은 2022년의 여론조사에도 나타나는데,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의사들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권위적이며 집단이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7]. 그런데 이 와중에 의대 증원하면 반에서 20등 하는 의사가 나온다는 말로 권위적인 집단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으니 [8], 국민의 여론은 의사들에게서 더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의사 수 증원 계획은 2020년에는 공공의대의 모습으로, 이번에는 의대 정원 증원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의사 증원은 정권과 정책을 가리지 않고 국민들에게 강한 지지를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나 윤석열 정부나 그들에 대한 지지 세력도 있고 반대 세력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 국민들의 지지는 의사 집단에 대한 미움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한쪽으로 여론이 기울어서야 생산적인 논의도 이루어 질리 없고, 정부도 눈치 안 보고 강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정반합이라고 반대의 입장도 충분히 반영되어야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텐데 하는 걱정이 든다. 이번 정책이 끝까지 갈지, 아니면 지난 정권처럼 흐지부지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어떤 방향이 되었든 국민들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의사들도 지금보다는 더 사랑받는 집단이 되어서 국민들에게 지지받는 집단이 되길 바랄 뿐이다.
 

의사를 포함한 국민들이 모두 행복한 나라가 되길 바라며..

 
[1] https://www.korea.kr/multi/visualNewsView.do?newsId=148926046 
[2] https://www.yna.co.kr/view/AKR20231216051700530
[3] https://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1952
[4] https://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311
[5]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46135074 
[6] https://www.oecd.org/health/health-at-a-glance/ 
[7]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4423
[8]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293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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