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관계사에 입사하게 되면 Samsung Value Program이라는 입문 교육에 참여하게 된다. 흔히들 "푸른 피 주입" 행사라고 말하는 이 입문 교육은 차수에 따라 2-4주 정도로 진행되며, 삼성의 역사, 핵심가치 등을 배우게 된다 (아직도 인재제일, 정도경영, 변화주도, 상생추구, 최고지향이 잊히지 않는다!). 이 외에도 다양한 팀 활동을 통해 삼성이 추구하는 가치, 말 그대로 Samsung Value에 대해서 체험할 수 있다. 자세한 교육 프로그램은 삼성의 지식 재산에 해당하므로 공유할 수 없다는 점 양해해 주시면 좋겠다.
9월에 입사해서 12월에 SVP를 다녀왔으니, 약 2 달간의 근무 이후 입문 교육을 받게된 셈인데, 이미 SVP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전수받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출발했다. 그렇지만 3주의 시간이 끝나고 다시 SVP를 되돌아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었다고 느낀다.
내가 속한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관
나는 회사가 단순히 돈 벌러 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는 내가 업을 통해 내 가치관을 확고하게 하러 가는 곳이며, 동시에 급여를 통해 내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억지로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불합리를 맛보기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업을 통해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성장시키고 인정받는 공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임직원의 성장의 방향은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이해하는 것은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 나에게 정말로 중요한 일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그냥 시키는 일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부분도 없지 않아 있긴 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단순하게 반도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고, 일하는 방식에서 "최고를 지향하며" "바른 길을 선택하고"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일하는 것은 "돈 벌려고" 일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단순히 "삼뽕"에 차서 돌아왔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속한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관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나의 가치관을 함께 발전시킬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 SVP에서 내가 배운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
내가 회사가 단순히 돈 벌러 가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듯, 회사라는 법인도 단지 이문을 남기려고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이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SVP에서는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의 중요성을 굉장히 강조하였다. 나는 쌀과 장작을 나르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는데, 누군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즐거운 활동인지 오랜만에 다시 느끼게 되었다. 대학원 기간 동안 일만 하며 지냈더니 잊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ㅎㅎ 부끄럽다.
물론 회사에서 다 차려준 봉사 활동에 (봉사 장소 컨택, 이동, 식사 등 모든 것은 회사에서 준비하고 나는 몸만 버스에 실으면 봉사할 수 있다) 숟가락만 얹은 느낌이긴 한데, 그래도 그 하루동안 느낀 사회적 책임의 소중함은 꽤 오랜 기간 내 마음속에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담으로 봉사 장소에서 너무너무 귀여운 강쥐가 한 마리 있었는데, 센터장님을 졸졸졸 따라다니는 귀여운 녀석을 쉬는 시간마다 귀여워해 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그룹사 동기들과의 인연
마지막으로 좋은 동기들과 선배를 알게 된 것이 이번 SVP의 가장 중요한 전리품이었다. 첫날에는 '프로님'이라는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는 게 어색했는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연수원의 밤은 적당한 유흥거리가 없어서 교육 이후에도 서로를 알아가며 (a.k.a 수다 떨기) 3주의 시간을 함께 보내니 SVP가 끝나는 날에는 상당한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도 전자, 디스플레이 분들은 가까워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제일기획, 중공업, SDI 분들은 정말 큰 결심을 해야 볼 수 있을 것 같아 더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나와 이해관계없이 3주의 시간을 함께한 동료 분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SVP가 주는 핵심 가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3주 동안 제대로 교류하지 못한 조도 있다고 하던데, 우리 조는 다들 좋은 사람들 같아서 더 좋았다. 롤링페이퍼 보니까 다시 SVP 하고 싶네..ㅋㅋㅋㅋ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저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래도 이 조에서 몇 명이라도 오래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
여담...
참고로 부친께서는 제일제당이 삼성의 관계사였던 시절 당시의 SVP에 해당하는 교육을 받으신 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자식도 SVP를 받으러 가는 모습을 보시면서 가슴이 뛰셨다고 한다. 음.. 이것이 부전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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