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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H정전/마음 끄적

좋은 사람은 긴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다

by 승공돌이 2025. 3. 14.

삼성월렛를 통해서 생활기록부를 조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 초등학교 시절의 생활기록부를 조회해 보았다 (방법은 간단하다: URL 참고). 많은 내용들 중에서 담임 선생님들이 주시는 종합 의견란이 가장 눈에 띄었다. 그 중 한 분은 내가 학업 성적은 우수하나 이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셨다. 내 기억을 되돌아보면, 이 선생님은 주말에 집으로 초대도 해주시고, 나에게 아주 많은 사랑을 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기적이라는 의견을 주셔서 의아했다. 의아함도 잠시, 당시에 나는 꽤 이기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잘못이었고 이 분은 단지 진실을 말씀해 주셨을 뿐이다.

한편, 내게 많은 사랑을 주셨던 다른 선생님도 있었는데, 나이가 차고나서 이 분이 부모님께 *촌지를 요구하여 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촌지를 드렸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평생 이유 없이 나를 사랑해 주셨을 분이라고 행복한 착각을 하고 살았을 텐데, 이제는 그 사랑으로 보였던 것이 촌지로부터 출발했다는 차가운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내 생각 속에서는 두 분다 좋은 사람이었는데, 한 분은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주셨고, 한 분은 촌지 때문에 그랬었던 것이다. 나는 좋은 사람들만 가까이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지금 내가 판단하는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 그냥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아마 지금의 인연들 중 촌지를 받은 교사처럼 다른 이유로 나에게 좋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긴 시간이 지나서 판단해도 정말 이유 없이 좋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나쁜 사람이라 규정하고 멀리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실제로는 나에게 좋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랬다면 나는 좋은 인연을 내가 발로 차버린 것이다.

긴 시간이 지나고나서야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나의 무지가 한탄스러울 뿐이다. 

 

 

* 어쩌면 21세기에 태어난 분들은 촌지라는 단어를 모르실 수도 있다. 사전적으로는 "작은 정성"을 뜻하는 단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교사, 공무원, 의료진 등에게 부적절하게 전달하는 뇌물 성격의 금품을 의미한다. 사실 평생 모르고 살면 더 좋은 단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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