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은 몹시 어렵다고 느껴지는 나날이다.
회사에 다닌 경험이 거의 없기에 회사가 돌아가는 과정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대학원의 운영 과정과는 차이가 있다고 예상된다. 가장 큰 차이는 회사의 운영 목적은 법인의 이윤을 창출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반면 대학원은 개별 인재의 양성에 목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 직원에 대한 평가는 조직의 이윤을 창출하는데 기여하는 수준을 바탕으로 평가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복지를 통해 동기를 줄 수 있다. 반면, 대학원에서 학생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연구 능력이 얼마나 향상되고 있는가를 바탕으로 평가하고, 개인의 실력 향상에 따른 자부심이 가장 큰 동기 부여가 된다. (그래도 장학금을 많이 받으면 동기 부여가 되긴 하지!)
그러나, 회사 혹은 대학원에 관계없이 협업의 중요성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중요시되어 오고 있다. 그리고 협업이 잘 되는 공간에서 더 많은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는 연구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아 비즈니스 리뷰 2022년 4월호 (Issue 1, No.342)에서는 "Building a Developer Culture"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협업의 최전선에 있는 개발 기업의 협업 문화를 전달해 주었다.
개발과 연구는 굉장히 다른 부분이 많은 분야이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식을 창출하는 과정과 개발하는 과정에는 분명 유사한 부분이 존재하고, 개발 기업의 협업 문화를 연구실에 맞게 수정한다면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이 포스팅에서는 해당 스페셜 리포트의 일부를 발췌하고, 이를 수정하여 내가 만약 교수가 된다면 어떻게 연구실에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한 내용을 서술하고자 한다. 아래에는 개발 회사에 대한 내용과 연구실로의 적용을 번갈아가며 서술한다.
팀의 목표
개발회사
팀을 비전이라는 큰 맥락에서 align 하여 같은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도록 해야 하나,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또한 과거의 history 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면 안 된다.
연구실
연구실의 비전, 지도 교수의 전문 분야에 따라 연구 방향성을 설정한다. 그러나 각 구성원의 세부적인 연구 방향은 스스로 고민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거의 research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면 안 되지만, feasibility에 대해서는 항상 고민한다.
연구실은 독립된 연구자를 교육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연구 방향성에 대해 align 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지도 교수를 선택한 이상, 그에게 지도받을 수 있는 주제를 설정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리더의 역할
개발회사
개발 리더십은 기술, 제품, 조직, 프로세스 관리 등 다양한 요구사항이 있다. 따라서 분산 리더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두 가지 잘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다른 일은 동료들과 협업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연구실
연구실의 리더십은 연구 과제 수주, 수행, 학술지/학회 발표, 조직 관리 등 다양한 요구사항이 있다. 그러나 각 활동은 분업화된 것이 아니다. 예컨대 학생이 하나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 수행 결과를 바탕으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할 수 있다. 따라서 각 학생이 효율적으로 연구를 수행하여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align 해주는 것이 효율적이다. 도제식 교육 과정에서 선배에게 이러한 업무 흐름이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문화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독립된 연구자는 연구를 위한 모든 활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분산 리더십보다는 각자 연구실 생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모든 활동을 겪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5가지 피해야 할 점
개발회사
불필요한 코드: 미래에 필요 없을 일은 애초에 시작하지 마라
개발 과정의 지연: 병렬 작업된 일들이 같은 시각에 끝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하라.
불명확한 요구 사항: 불명확한 요구 사항은 불명확한 결과물을 초래한다.
내부 정치
느린 내부 소통: 최적화된 소통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연구실
불필요한 연구 활동: 연구 계획을 세심히 짜서 불필요한 업무를 만들지 마라.
연구 과정의 지연: 협력 연구에서 정해진 납기를 반드시 지킨다. 적합히 업무를 분배하여 학생 간의 결과물 도출 시간이 같아질 수 있도록 한다.
불명확한 요구 사항: 연구 방향성이나 코멘트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이를 아카이빙하고 연구 발전 방향을 함께 논의한다.
내부 정치: 학생끼리 싸우면 안 돼. 싸움 멈춰!
느린 내부 소통: 최적화된 소통을 위해 업무 지시 및 연구 과정 공유를 명확히 한다.
우리 연구실에는 실험적으로 메일, 카톡으로 진행되던 소통을 (업무 사항 및 코멘트) 팀즈에 정리하는 방식으로 내부 소통 방법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업무 과정에서 담당자, 납기, 주요 스펙을 명확히 적고 아카이 빙하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싶다. 4월 한 달간 해보고 잘 정착되면 좋겠다.
리더의 팀원 마음 챙김
개발 회사
팀원과 2주에 1회 정도는 면담을 통해 현재 행복하게 업무를 수행하는지, 성장하고 있는지, 리더가 도움을 줄 일이 있는지 면담한다.
연구실
랩 미팅 외에 심리적인 터치를 위한 면담을 주기적으로 가진다.
각 학생이 독립된 연구자로서 성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연구자가 해야 하는 모든 활동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과정에서 지치는 부분이 분명 발생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근데 어렵다.
배달의 민족의 "규율 위의 자율"
의사 결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각자의 의견을 편하게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을 중시하라.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일하여 소통을 강화한다.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시스템의 문제에 집중한다. 개인은 실수할 수 있지만 실수는 새로운 도전 과정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연구실의 "규율 위의 자율"
의사 결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각자의 의견을 편하게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을 중시하라.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일하여 소통을 강화한다.
연구 활동에서 실수가 발생하게 된다면 그것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알아낸다. 개인의 일탈, 수업과 연구의 병행, 등의 근본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해결한다. 그리고 원인에 따른 적합한 조치를 취해 같은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상대방의 결과물을 리뷰할 때
개발 회사 (코드 리뷰)
사람이 아닌 코드를 리뷰하라.
존경과 신뢰, 인내로 대하라.
작게, 그리고 자주 리뷰하라.
연구실 (연구 리뷰/랩 미팅)
연구 결과물에 대해서만 조언하라.
존경과 신뢰, 인내로 대하라.
연구 프로그래스 과정에서 자주 리뷰하라. 조그만 프로그래스도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라
"왜 이것밖에 못했냐" 금지 "엄청나게 많이 해왔어요 봐주세요" 금지...ㅋㅋ
아직은 내가 지도교수도 아니고 연구실 랩장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작은 리더십부터 연마해서 큰 리더십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 승공 화이팅.. 리더십 배워서 승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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