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전국적인 인기를 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받고 있다. 우영우는 (박은빈 분)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변호사로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수석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로펌 한바다의 어쏘 변호사이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인해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한 번 본 사실을 잊지 않는 능력을 통해 다른 변호가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우영우가 속한 팀에는 파트너 변호사 정명석 변호사가 헤드로 있고, 그 아래 최수연, 권민우 변호가가 있다. 최수연 변호사는 우영우 변호사의 서울대 로스쿨 동기로 그때부터 우영우의 생활을 도와주어 왔다. 예컨대, 바뀐 시간표를 알려준다거나 페트병을 따지 못하는 영우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그런 최수연에게 우영우는 "봄날의 햇살"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한다. 극 중에서 최수연은 우영우를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며 의도치 않더라도 그녀를 도와주는 따뜻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권민우 변호사는 우영우 변호사를 동등한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 로스쿨 때부터 그의 별명은 권모술수 권민우였는데, 경쟁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라면 어떤 술수든 부리는 모습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한편, 그는 우영우가 한바다라는 대형 로펌에 취업할 수 있었던 계기가 우영우의 부친과 한바다의 대표이사와의 학연이 배경에 있었음을 알고 분노하게 된다. 그는 사내 익명 게시판에 우영우의 부정 취업을 고발하는 글을 쓰기도 한다. 물론 우영우는 권민우가 그 글을 썼다고 의심하게 되고 그에게 잔뜩 화를 내기도 한다.
이후에 최수연과 권민우는 고발 글에 대해서 다툼을 벌이게 되는데, 이 때 권민우는 아래와 같은 대사를 남긴다. 나는 이 대사에서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권민우의 태도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다. 권민우 변호사는 우영우를 밟고 일어서야 하는 경쟁 상대라고 생각한다. 우영우는 의사소통이나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런 우영우를 도와주면 우영우는 천재성을 발휘하여 권민우 변호사보다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게 된다. 우영우에 대한 호의가 권민우에게는 피해로 다가오는 것이다, 왜냐하면 변호사 자리를 두고 우영우와 권민우는 경쟁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우영우가 강자예요. 모르겠어요?
로스쿨 때 별명도 어차피 일등은 우영우 였다면서요.
이 게임은 공정하지가 않아요.
우영우는 우리를 매번 이기는데 정작 우리는 우영우를 공격하면 안 돼요, 왜? 자폐인이니까.
우리는 우변 (우영우 변호사)한테 늘 배려하고 돕고 저 차에 남은 빈자리 하나까지 다 양보해야 된다고요!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최수연을 옹호하면서 권민우를 비난한다. 어려움을 겪는 우영우를 돕는 최수연의 모습이 권민우의 모습보다 훨씬 아름답고 바람직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권민우의 행동이 최수연보다 덜 차별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장애인/비장애인을 가리지 않고 "권모술수"를 쓰는 사람임을 고려하면, 그가 우영우에게 취한 행동에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없다. 뒤에서 장애를 가진 영우를 비난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회사에서는 경쟁자로 인식하고 행동한다. 영우에게 자료를 공유하지 않는 "권모술수"를 쓰기도 하지만, 그는 영우가 비장애인이어도 공유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비겁한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비난받을 수는 있어도, 장애인을 차별하는 차별주의자라고 욕먹을만한 행동을 직접 영우에게 가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차별적인 최수연의 행동을 비난할 수는 없다. 세상은 장애인에게 너무나 혹독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완력이 없는 사람은 물병조차 딸 수 없다.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한 사람들은 회전문을 통해 건물에 출입조차 하기 힘들다. 또한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은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해도 취직조차 하지 못한다. 그것이 세상이 장애인을 "제대로" 살지 못하도록 설계한 방식이다. 수연은 이런 세상에서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자선을 당연한 행동으로 여길 뿐이다.
장애인에게 혹독하게 설계된 세상은, 그 마저도, 비장애인의 노동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확률적으로 (즉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보다 높은 생산성을 가진 경우가 많고, 비장애인의 생산성을 통해 얻은 결과물을 비장애인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활용한다는 논리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다만, 그런 논리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으로서 존엄,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훼손할 정도로 장애인에게 혹독한 세상을 만들어선 안된다. 법은 국가가 그런 혹독한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나는 세상에 최수연같은 따뜻한 사람과 권민우 같은 시니컬한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세상이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리라 생각한다. 자선을 당연히 여기는 사람들만 있다면 시스템이 변할 수 없다, 개인의 자선을 통해서만 장애인의 문제를 해결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자선에 대해서 당연한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권민우가 있어야 시스템이 바뀔 수 있다. 시스템으로 장애인에게 혹독한 세상이 변화하고, 진정한 평등한 경쟁 상태에서 경쟁하는 세상이 올 수 있다.
적어도 방관만 하는 이들보다는 수연과 민우가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 드라마가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전달해준 다는 점은 정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폐증이 아닌 자폐스펙트럼 장애라는 이름을 알게 해준 것 만으로도, 그리고 그것이 스펙트럼을 가지는 장애라는 것을 보여준 것 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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