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피터슨 교수는 대중과 가장 열렬히 소통하는 교수 중 한 명이다. 조던은 임상심리학자로 오랜 기간 살아오면서 얻은, 그리고 인간으로서 얻은 지혜를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풀어서 귀감을 주는 사람이다. 이해할 수 있는 글이기에 많은 공감을 사기도 하고 많은 비판을 사기도 한다. 나는 조던이 집필한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읽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질서너머: 다음 단계로 가는 12가지 법칙"도 읽게 되었다.
누군가 조던 피터슨의 책을 읽게 된다면, "교조적인 사람이 가르치려 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책이다. 그가 인생을 살면서 깨달은 것들을 일방향으로 선언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용적인 태도로 책을 모두 받아들이기보다는 그의 지혜 중 나의 인생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얻어가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그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12가지 법칙을 열거하였고 이것들은 인간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지켜야 마땅하다고 인정되는 그런 내용들이다. 다만 그는 모든 법칙을 지켜야 하는 타당성을 "질서-혼돈"의 반복 속에서 해당 법칙들이 어떻게 더 나은 인생과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우선 그가 (순서의 중요도가 없다고 적은) 12가지 법칙은 다음과 같다.
- 법칙 1. 기존 제도나 창의적 변화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마라.
- 법칙 2. 내가 누구일 수 있는지를 상상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아라.
- 법칙 3. 원치 않는 것을 안개 속에 묻어두지 마라.
- 법칙 4. 남들이 책임을 방치한 곳에 기회가 숨어 있음을 인식하라.
- 법칙 5.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마라.
- 법칙 6. 이데올로기를 버려라.
- 법칙 7. 최소한 한 가지 일에 최대한 파고들고, 그 결과를 지켜보라.
- 법칙 8. 방 하나를 할 수 있는 한 아름답게 꾸며보라.
- 법칙 9.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기억이 있다면 아주 자세하게 글로 써보라.
- 법칙 10. 관계의 낭만을 유지하기 위해 성실히 계획하고 관리하라.
- 법칙 11. 분개하거나 거짓되거나 교만하지 마라.
- 법칙 12. 고통스러울지라도 감사하라.
책을 다 읽어보고 내가 적은 요약노트를 읽어보니, 나보고 이 12가지 법칙을 군집화하라고 하였다면 다음과 같이 군집화 할 것이다.
혼돈스러운 세상을 단편적인 질서로 요약하지 마라
- 법칙 1. 기존 제도나 창의적 변화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마라.
- 법칙 6. 이데올로기를 버려라.
- 법칙 8. 방 하나를 할 수 있는 한 아름답게 꾸며보라.
- 법칙 11. 분개하거나 거짓되거나 교만하지 마라.
이 네 가지 법칙은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려는 다양한 시각을 가져보라는 지혜를 공유하고 있다. 기존 제도를 깎아내리지 말라는 것은 기존 제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것이 (질서라고 표현하는) 왜 생길 수밖에 없었는지 충분히 이해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며, 질서로 교착 상태에 빠진 세상을 다시 혼돈으로 성장시키려는 창의적 변화 역시 무시하면 안 된다는 그의 지혜를 담고 있다. 이데올로기 역시 세상을 해석하려는 단편적인 시도는, 예를 들어 성역할이라는 단순한 렌즈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레디컬 페미니스트들처럼, 복잡한 세상의 혼돈의 질서를 찾는데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순함에서 얻는 이점과 그것만을 밀어붙이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방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미학에서 오는 가치를 무시하지 말라는 것을, 분개/거짓/교만을 멀리하라는 것은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순한 방법으로 복잡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을 가르친다.
내가 가지고 있는 혼돈을 정리하여 질서를 발견하라
- 법칙 3. 원치 않는 것을 안개 속에 묻어두지 마라.
- 법칙 5.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마라.
- 법칙 7. 최소한 한 가지 일에 최대한 파고들고, 그 결과를 지켜보라.
- 법칙 9.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기억이 있다면 아주 자세하게 글로 써보라.
이 네 가지 법칙은 혼돈을 피하지 말고 맞서서 질서를 찾아보는 시도를 해보라는 지혜를 공유한다. 원치 않는 것을 안갯속에 묻어두지 말라는 것은 두려움을 숨기지 말고 감정을 인정하며, 단순히 what이 아니라 why를 찾아내어 원치 않는 것의 근원을 만나려는 시도를 해보라는 것이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말라는 것은 나의 양심이 원치 않는 것을 반복하여 양심의 임계점이 지나치게 높아지기 전에 할 수 있는 것을 해내면서 하기 싫은 (양심이 반대하는) 일들을 하지 말라는 의미를 가진다. 한 가지 일에 파고드는 법칙 7은 혼돈 속에서 살지 말고 하나의 일을 해내면서 그 업무의 세계의 질서를 익히고 새로운 창의적 발견까지 이어갈 수 있는 도약을 준비하라는 의미를, 법칙 9는 트라우마와 같이 나를 괴롭히는 과거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그것을 부수고 더 나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살아가면 내 인생도 나아질 것이다
- 법칙 2. 내가 누구일 수 있는지를 상상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아라.
- 법칙 4. 남들이 책임을 방치한 곳에 기회가 숨어 있음을 인식하라.
- 법칙 12. 고통스러울지라도 감사하라.
- 법칙 10. 관계의 낭만을 유지하기 위해 성실히 계획하고 관리하라.
이 네 가지 법칙은 권리를 주장하는 방법'만'을 배운 나 같은 MZ 세대들에게 책임지는 삶이 어떻게 내 인생을 나아질 수 있게 하는지를 알려준다. 법칙 2는 나는 "현재의 나"+"미래의 나"라는 점을 잊지 말고 행복을 좇으면, 현재의 쾌락만을 좇지 않는 인생을 살게 된다는 점, 그리고 최고의 목표를 좇을 때 몰입하면서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됨을 알려준다. 법칙 4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 즉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의 쓸모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내 재능이 발휘될 수 있다는 가르침을 (그리고 문제를 외면하면 문제가 복리 이자를 더해서 다가온다는 점), 법칙 12는 세상에 감사하면서 살 수 있을 때 내 인생의 고통도 해결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을 담고 있다. 번외로 법칙 10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특히 부부관계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인생은 고통이다
결국 이 책에서 저자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인생은 고통이며, 그래도 고통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혼돈과 질서의 연속에서 책임감 있게 감사하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구절을 행복의 기원 (서은국 저)에서 찾을 수 있는데,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행복해야 한다고. 슬프지만 맞는 사실이다. 나의 정신적 아버지인 지도 교수님께서도 한 줄씩 논문을 적어 내려 가는 것은 살을 깎는 고통과 함께 하는 느낌이라고 하셨다. 그런 고통 속에서도 그는 많은 지식을 만드셨고,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는 지식을 창출하시어 (내가 감히 평가할 수 없지만) 가치 있는 인생을 살고 계시다.
너무 많은 것들이 쉬워지고, 책임 없이 사는 게 더 행복한 세상이 온 것 같다. 책임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인생이 더 쉽고 편리해 보인다. 조던 피터슨은 책임감 없는 인생에서는 책임감 있는 인생에서만 찾을 수 있는 무언가를 느낄 수 없음을 얘기한다. 책을 읽은 지 이틀도 안된 지금은 책임감 있는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하지만, 큰 책임감속에서 어려움을 느끼게 될 때도 이런 마음가짐이 계속될지는 모르겠다. 아마 그때쯤 다시 이 책을 꺼내 들어 피터슨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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